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

by 새로나무

하루를 쉬었더니 계단을 오르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어느 때는 지속적인 운동이 운동효과를 높이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쉬어주는 것이 몸을 위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좋은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몸과 마음에 대해 내가 아는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내가 아는 한에서만 나는 내 몸을 해석할 수 있고 내 마음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안다는 것은 경험의 영역인데, 아쉽게도 나의 망각의 속도는 경험의 영역과 거의 맞먹는다. 그러니 모든 느낌을 담아둘 수 없고 흘려보내면서 뭔가 한 두 가지 정도라도 건지면 다행이다.


계단을 몰랐을 때는 일단 운동이 불규칙적이었다. 어느 때는 왕창 몰아서 하다가 어느 때는 한 주 가까이 운동하지 않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운동하고 안하고의 차이를 몸이 알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나도 세월을 먹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몸의 컨디션과 마음의 컨디션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계단을 알게 된 요즘은 몸과 마음의 균형 지점을 늘 생각한다. 몸의 컨디션을 흐트러뜨리는 일과 마음의 컨디션을 흐뜨러뜨리는 일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접점임을 느낀다.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간다. 어느 것이 우위에 있지 않고 둘은 상호보완적이다. 몸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반드시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반드시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리처럼 부서지는 일만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아찔한 깨달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단해지기로 마음먹는다면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마음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다.


몸에 관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피로이며, 마음과 관련해서는 스트레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가장 좋은 것은 하루 동안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인데 가능하다면 그렇게 크게 목표를 세우되 약간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한결 수월하게 일상생활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하루의 목표는 그날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그날 풀어버리는 것이다.


첫 세트를 시작하는데 어떤 어르신께서는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처음 보셨는지 운동량에 대해 궁금해하시고, 늘 뵙던 어르신은 반은 비아냥, 반은 격려의 말씀을 하셔서 매우 헷갈린다. 비아냥은 바로 버릴 내공이 갖춰져 있지 않아 약간은 머릿속에서 맴돌다 결국은 바깥으로 버렸다. 격려는 깊이 간직한다. 또 한 어르신은 엘리베이터 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같이 계단을 뒤따라 올라오신다. 그 어르신이 보실 때에도 나와 아내의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나 보다. 연신 감탄을 하신다. 1년 10개월 동안 단련된 것을 우리는 모르지만 타인들은 느끼는 것 같다.


계단은 몸의 운동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운동이기도 하다. 몸의 운동은 근육을 단단히 하고 호흡기관도 훈련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좀 더 넓게는 전신운동에 가깝다. 마음의 운동은 계단을 오르면 생각의 범위를 좁힐 수 있고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조금씩 털어낼 수 있다. 아울러 쓸데없는 잡념도 털어낼 수 있다. 몸은 가빠지고 마음은 가벼워진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이 운동의 매력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렇게 균형을 잡는 순간 머리는 맑아지고 호흡도 가라앉는다. 이렇게 작지만 평화로운 일상의 안식이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문밖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14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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