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눈이 내렸다. 잠시 흩날리는 눈이라 아쉽다. 흩어지는 눈발이 꼭 지금의 코로나 시국을 말해주는 것처럼 한없이 흔들려서 그다지 즐겁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섰다는 우울한 뉴스가 첫눈의 설렘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오전에는 몸이 완전히 풀어지지 않아 계단을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문을 나선다. 엊그제 주치의 선생님 만나 뵈었는데 계단 오르기를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신다. 무릎에 무리가 간다고 하셨다. 물론 말씀을 해주셔도 내 몸 관리는 결국 내가 하는 것이기에 약간은 신경이 쓰인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계단 창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세 세트를 마치고 나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다섯 세트를 마치고 귀가한다.
오후에 <생로병사의 비밀 - 계단 혁명> 편을 보았다. 무릎에 관한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계단을 오르면 허벅지 근육과 종아리 근육이 자극을 받아 무릎을 감싸고 있는 대퇴사두근을 단련시켜서 슬관절 즉 무릎관절을 보호해준다고 한다. 지난 1년 10개월 동안 특별한 통증이 없었고 오히려 계단 오르기를 하고 나면 보통 걸을 때 무릎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아온 터였다. 별 탈없이 무릎을 써왔지만 한편으로는 마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은근히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끊어진 것이 아니라 느슨해진)로 인해 무릎 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계속해왔다.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안심이다.
다양한 임상실험 사례들을 통해 계단 오르기가 몸에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하체 근육뿐만이 아니라 계단을 오르는 동작중 몸의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척추를 둘러싼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고 했다. 지난 1년 10개월 동안 허리디스크(척추통증증후군이라고 나는 부르고 싶다)의 통증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원인을 찾았다. 아울러 내장지방의 연소와 다이어트 효과, 심혈관계 질환 예방 혹은 개선 효과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올바른 운동을 우연찮게 접해서 꾸준히 해온 보람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도 꾸준히 이 운동을 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동안 느낀 점들에 덧붙여 그 객관성을 어느 정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위암 3기 판정과 수술을 받은 분이 매일 63빌딩을 59층까지 걸어 출근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짠한 감동도 밀려온다.
뉴욕 블룸버그 시장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걷기 편한 공원과 빌딩에서 계단을 이용하도록 제도화시키고 있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 보건소에서 아파트를 대상으로 계단 오르기 캠페인을 하고 여기에 주민들이 호응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서울시청 계단에 소리 나는 장치를 설치하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아예 계단을 이용하도록 하여 병원 내 식구들과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일상적인 활동을 가산하는 개념으로 운동에 접근하고 있는 시각이 신선하게 와 닿았다. 2014년에 제작했지만 지금 시기에 적당한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호기심이 발동한 김에 계단운동과 관련된 논문을 몇 편 살펴보았다. 김태호(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 2020)는 만성 발목 불안정성이 있는 성인이 계단 보행 시 발목 내전 자세가 내⋅외측 압력 중심의 이동을 감소시켜 발목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재손상 예방에 효과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윤정렬(고려대 보건과학대, 2018)은 계단 오르기 훈련은 무릎 골 관절염 환자들에게 일반적인 하지 근력 강화 운동과 더불어 일상에서 쉽게 생활화할 수 있는 하지 근력 강 화 운동방법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정민/이상기(충남대, 2017)는 계단 걷기 운동이 비만 여자 대학생의 신체구성 변인과 등속성 근기능 및 보행능력 변인의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계단 오르기와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오후에 다시 문을 나선다. 아무래도 오전보다 오후가 되니 몸이 한결 가볍다. 오전에는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일 것이다. 특히 무엇을 먹고 계단을 오르면 역시 힘이 든다. 오후 5-7시 사이에 빈속으로 계단을 오르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오전보다 속도도 더 나고 땀도 차오른다. 계단을 통해 발견한 일상의 즐거움과 그 단단한 신뢰는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