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지막 날 계단을 오르며 상쾌함을 만든다

-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의 잔잔한 감동과 함께

by 새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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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날이라 더 자고 싶었는데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다 읽었다. 림프종 혈액암 투병생활을 통해 깨달은 바를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치료를 마치고 나서 어느 독자의 부탁으로 자신이 투병생활을 했던 그 병원에서 독자의 어머니를 방문하고 위로하는 장면에 가슴이 먹먹했다. 자신이 사투를 벌였던 그 병원에서 같은 병명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일면식도 없는 분을 찾아간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책 중간에 그분의 평범한 일생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글들에서 인상 깊은 대목을 길어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뜻깊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


'불행이란 설국열차 머리칸의 악당들이 아니라 열차밖에 늘 내리고 있는 눈과 같은 것이다. 치명적이지만 언제나 함께할 수밖에 없다. 불행을 바라보는 이와 같은 태도는 낙심이나 자조, 수동적인 비관과 다르다. 오히려 삶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황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준다. 당장의 감정에 파묻혀 스스로를 영원한 피해자로 낙인찍는 대신 최소한의 공간적, 시간적 거리를 두고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쉽사리 자기 연민과 감정에 함몰되어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도 그런데 하물며 큰일이 벌어지면 더 깊이 가라앉게 된다. 생사의 문턱에서 헤쳐 나온 그의 메시지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 해를 마감하는 날, 나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고 성찰하게 해 준다.


이불속에서 영하 13도의 추운 날씨를 저울질하다가 아내와 문을 나선다. 아무래도 얇은 점퍼는 추울 것 같아 조금 더 두툼한 옷을 입었다. 날이 추워진 만큼 스트레칭을 좀 더 오래 한다. 계단 창문으로 찬바람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약간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뿌옇고 쌀쌀해지면 오늘처럼 맑은 하늘을 보여준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간들을 보냈지만 한편으로 이 계단들 덕분에 그 우울한 마음을 조금은 씻어낼 수 있었던 한 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어깨를 돌리는데 올해 초와 완전히 달라진 점을 깨닫는다. 어깨 회전 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지점에서 통증을 느끼고 어느 때는 잘 돌리지도 못했다. 반복적인 운동을 통해 어깨 상태가 많이 좋아졌음을 알게 되자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14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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