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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26. 2020

해장 - 매생이 굴 낙지 라면

제주 생유산균 막걸리는 지난 10년 동안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전달되는 맛의 세계는 말로 표현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달지 않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송명섭 막걸리는 어렸을 때 동네에서 막걸리를 누군가 만들던 그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이 제주 막걸리는 아주 옅게 그 냄새를 살짝 떠올리게 한다. 아마 술도가가 있는 곳이라면 맡았음직한 냄새다. 그 옅은 내음과 맑은 물맛을 밑에 깔고 마시면 어떤 술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항상 말없이 마음을 전해오는 후배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왔다. 제주의 향기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깊게 깊게 취하며 제주의 향기를 음미했다. 막걸리의 맛은 물맛이 좌우한다. 제주 삼다수로 빚은 막걸리를 나는 그래서 제일로 친다. 예전에는 덕산막걸리가 우위에 있었는데 지금은 전세가 역전되고 말았다. 


쓰린 속을 달랠 겸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님께 사드릴 옷을 고를 겸 시장을 들렀다. 굴과 매생이를 늘 사던 곳에서 낙지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그들을 보며 놀라운 일들을 경험한다. 감자탕집에서는 사장님이 우거지를 좋아한다고 평소보다 많은 우거지를 덥석 넣어주신다. 가끔 가는 족발집에서는 고기를 더 많이 넣어주신다. 오늘 이 시장에서 할머니 역시 낙지 한 마리를 더 얹어 주신다. 이들의 넉넉한 인심과 마음을 살펴보면서 코로나가 주는 우울감을 달랠 수 있다. 

라면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마트에 가면 신제품에 눈길이 간다. 열려라 참깨라면은 그 이름도 잘 지었을 뿐 아니라 깔끔한 매운맛이 매력적이다. 매생이라면을 먹기 전에 해물을 싫어하는 막내딸을 꼬셔서 스낵면과 같이 끓이도록 부탁했다. 막내딸은 거기에 콩나물을 넣어서 매운맛은 약간 중화시키며 콩나물 특유의 시원한 맛이 만들어왔다. 언제나 스낵면은 부셔서 먹어야 제맛이다. 마치 뜨거운 물에 담긴 과자를 먹는 느낌이다. 


드디어 매생이 굴 낙지 라면이 등장했다. 매생이는 철분과 칼슘 함량이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위에 좋다. 겨울에 먹는 매생이 굴국은 따뜻하게 속을 데워준다. 굴은 크기가 클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적당한 조금 작다 싶은 적당한 크기의 굴이 식감은 훨씬 좋다. 낙지의 질감이 더해져 라면의 존재감은 저만치 밀려났다. 매생이와 굴만으로도 따로 양념을 할 필요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라면 수프의 맛이 심심함을 덜어내 준다. 따뜻한 매생이가 속을 감싸며 아늑해진다. 녹차 아이스크림을 입가심한다. 깊어가는 겨울, 깊어가는 코로나, 왕창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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