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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29. 2020

신선한 식재료가 숨쉬는 키친

주방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재미는 또 다른 체험이다. 더구나 여럿이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고 조금씩 덜어서 여러 가지를 맛보는 것 또한 아주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미각을 자극하는 경험이다. 신선한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넉넉하게 제공하는데 그것도 맛있다면 더 이상 부족함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느 곳이건 단 한번 방문으로 음식점의 내공과 깊이를 단번에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같이 간 사람들이 이 미각체험에 대해 어느 정도 코드가 맞아야 가능하다. 때로는 대화보다 맛에 집중하는 것이 의미 있을 때도 있다. 


시저 샐러드(caesar salad)는 로메인 상추와 크루통(튀긴 빵조각)에 파메르산 치즈, 레몬즙, 계란, 마늘, 올리브 오일, 우스터소스 등으로 만든 드레싱을 버무려 먹는 샐러드로 미국인 시저 칼 디니가 개발한 미국 요리라고 한다. 2016년 2월 샌디 에이고 출장 갔을 때 저녁때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주방장이 직접 드레싱 소스를 테이블 앞에서 만들어 뿌리는 바람에 멋진 맛을 봤었다. 


이곳의 씨저 샐러드는 한 접시에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넉넉하게 넣어서 입맛을 돋운다. 무엇보다 채소가 신선하다. 치즈가 뿌려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계가 명확하되 전체적인 구도가 멋지다. 보통의 시저 샐러드가 단순하게 상추와 치즈의 맛이 두드러진다면 이 가게의 시저 샐러드는 견과류 등 다양한 채소가 장식되어 있으면서도 또한 미각을 충분히 자극한다. 


깔조네 샐러드는 보는 재미가 두드러진다. 역시 신선한 재료도 재료지만 그 구도와 모양이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퉁퉁한 모양으로 나온 빵을 가위로 한쪽씩 자르자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온다. 그 빵은 예상대로 촉촉한 식감으로 채소와 잘 어울렸다. 촉촉한 라코타 치즈가 빵과 채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시켜준다. 세상에나 샐러드로 이미 시장기가 사라진다. 


음성지역에서 생산되는 '코리아 크래프트 비어'의 '수제 맥주 아크(ARK)'가 한국적인 입맛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놀랬다. 처음에는 모르고 마셨다. 이탈리아산 병맥주 사이에 생맥주가 있길래 주문했는데 그 맛이 약간 시큼하면서도 시원하고 비중도 약간 있어서 무게감도 느껴지는 그런 맛이었다. 프로슈토 피자와 연어 샐러드와 아주 잘 어울린다.  


프로슈토는 이탈리아 전통 먹거리인 생햄이다. 생고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이다. 베이컨과 다르며, 스페인 음식 하몽(돼지 뒷다리의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동굴과 같은 그늘에서 곰팡이가 피도록 약 6개월에서 2년 정도 건조 · 숙성시켜 만든 생햄)과 비슷할 수 있지만 색다른 맛이다. 특히 발효시켰다는 데에 방점을 찍어둔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각광받고 있는 음식이 발효음식이다. 


루꼴라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기운 회복을 도와줄 뿐 아니라 은은하고 옅은 독특한 향은 입맛을 자극한다. 루꼴라 향과 프로슈토가 적절히 배합되어 피자에 대한 새로운 맛을 체험하게 해 준다. 부드러운 빵에 씹는 맛의 프로슈토와 루꼴라가 잘 어우러진다. 평소 피자를 먹으면 소화도 잘 안되고 워낙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슬며시 테이블을 보며 한 조각 남은 피자를 더 먹는다. 


해산물 스튜는 국물이 넉넉하고 국물 맛이 이탈리아의 향기보다는 우리 음식의 향이 묻어있어서 속을 편안하게 해 준다. 토마토가 깊이 있는 곳에 있어서 국물이 부드럽다. 다양한 해산물도 역시 신선하다. 홍합과 조개, 새우, 오징어 등이 토마토 베이스의 국물과 잘 어울린다. 한 그릇으로 일곱 명이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었다. 직접 만드는 장면을 보는 재미와 식재료가 신선하고, 적당한 양(사실은 양이 많아서 좋다)이어서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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