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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30. 2020

정성 담긴 생선구이와 고등어조림

-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님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

어머님을 뵈러 오랜만에 수동으로 길을 나섰다. 어머님께서 연초 위독한 고비를 넘기시고 나서는 온 가족이 평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계신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지난 1년간 어머님을 잘 보살펴주고 있는 남양주병원의 의료체계와 코로나 19에 대한 대처도 감사드린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들 그리고 요양보호사님들이 모두 자신들의 부모님처럼 돌보고 있다. 지난번 면회 때보다 걸음걸이가 더 나아지셨다. 늘 우리 부부만 면회 갔을 때 손자 손녀가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같이 가서 뵈니 너무 좋아하신다. 잠시 잠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수동에서 대성리로 향한다. 대성리역은 34년 전의 느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마침 전방에 공사 중이어서 천천히 주행하면서 대성리를 다녔던 흔적을 추억한다. 87년 대학 1학년 때 Membership Training 갔었다. 나만이 아니라 그 시절을 전후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쌓아놓은 추억이 높은 빌딩처럼 서있는 듯하다. 오직 아름다운 기억만 남아있다. 학과 친구들과 또 한 번은 태백 고향 친구 및 후배들과 갔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물을 보면서 부스스한 얼굴들이 웃고 있었다. 세세한 기억들은 모래처럼 흩어지고 그 장소에서 서로 나누었던 정든 감정만이 오롯이 남아있다. 


아내가 평소 가보고 싶다던 밥집을 향한다. 새로운 음식점을 향한 발걸음은 늘 설렘과 약간의 의구심이 교차한다. 해물을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들도 생선구이와 조림은 좋아한다. 교외에 자리 잡은 식당은 사람들 간 동선이 겹치지 않게 널찍하다. QR코드로 체크하고 자리에 앉는다. 생선구이와 고등어조림 2인분씩 주문했다. 솥밥을 즉석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나물 종류의 밑반찬을 탐색한다. 도토리묵과 겉절이가 잘 어울렸다. 반찬은 적당한 가짓수에 간이 옅어 마음에 든다.


솥밥에서 나는 구수한 밥 내음을 음미하며 온이 의미하는 '모두의'라는 뜻과 밥하면 떠올리게 되는 '햇반'이라는 상품명을 떠올렸다. 사전에 없는 단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밥을 그릇으로 옮겨 담고 따뜻한 물을 솥에 부으며 젓가락으로 살짝 밥부터 맛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맛을 본다. 씹으면 짠 득한 질감이 입안으로 메아리처럼 퍼진다. 고등어조림의 무는 살짝 단맛과 고등어의 바다내음을 같이 머금고 있다. 고등어조림은 간이 적당하고 부드럽다. 속살의 촉촉함은 바다에서 놀던 싱싱함을 연상시킨다. 감자 역시 무와 양파에 뒤질세라 존재감을 드러낸다. 밥도둑으로서의 고등어조림이 아니라 온전히 독립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고등어구이는 적당히 익히고 구워내서 촉촉했다. 꽁치구이는 그 내장과 곁들여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바싹 굽지 않고 적당히 구워내서 맛있다. 가자미구이는 살짝 겉에 튀김옷을 바른 듯 겉은 바삭하고 살은 부드러웠다. 갈치가 몸값이 제일 비싼 만큼 딱 두 조각이지만 네 식구가 서로 양보하며 먹을만했다. 생선구이들 모두 간이 적당해서 굳이 밥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중간중간 된장 한 숟가락은 속도 조절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된장은 아주 부드럽고 꼭 들어가야 할 재료만 들어가 있다. 


드디어 솥의 누룽지를 젓갈과 같이 먹는다. 젓갈은 세 종류인데 양과 간이 적당하다. 밥과 반찬이 모두 간이 적당해서 밥상전체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알 수 없지만 짐작으로 가늠할 수 있는 세월의 깊이와 내공은 적당한 지점에서 나와 만나고 있다. 정성스러움의 흔적들이 함께 느껴진다. 포만감을 느끼면서 아쉬움에 뜯어먹던 생선 뼈들을 뒤척이다가 젓가락을 놓는다. 원두커피 한 잔 하면서 음악을 듣는 여유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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