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야 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
주말을 핑계로 소파에 누워 늘어져 잤다. 늘어진 나를 언제나 일으켜 세워 운동을 재촉하는 아내에게 감사한다. 한 겨울 추위는 2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2년 전 영하 13도를 가리키는 새벽 3시에 불연소에 의한 보일러 고장으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추위에 떨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집에 있음에 감사한다. 문을 열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스트레칭을 하고, 한 걸음씩 올라가며 이렇게 계단을 올라갈 수 있게 잘 작동하고 있는 내 몸에 감사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에 의하면, 로봇은 아직 계단을 오르는 정도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따라 할 수 없다. 인간이 계단을 오르는 동작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내 의지에 신호를 보내고 내 의지가 움직임을 하기 위해 뇌에 신호를 보내고 다시 뇌가 신경을 통해 근육에 명령을 내리고 그렇게 해서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기술의 발달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게 하겠지만. 적어도 건강을 위해 계단을 오르는 일은 내가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고 그것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해줄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내 몸을 써서 온기를 만들어낸다
역대 최악의 한파가 온다고 했다가 그냥 지나가버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추위가 연일 계속된다. 계단 창문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와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그래도 저 밖보다는 이 안쪽이 훨씬 따뜻하다. 세 번째 세트를 마치고 어깨를 크게 돌리는 동작을 하면서 서서히 온몸에 온기가 돌고 뒷덜미에 약간의 땀이 흘러내림을 느낄 수 있다. 내 몸을 움직여 내 몸에 온기를 불어넣고 그 온기가 다시 온몸을 감싸는 선순환. 밖에서는 웬만한 활동도 어려울 것이나, 계단에서는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문득 오늘 유튜브에서 보았던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 났다. 지금까지 두 번은 본 것 같은데, 내가 놓치고 있는 구석들을 발견하게 되어 매우 즐거웠다. 오래전 그 책에 있는 대목들 중 정리해놓은 글을 찾아 펼쳐보았다.
'마음 한번 먹었으면 밀고 나가라, 후회도 주저도 말고,
고삐는 젊음에게 주어라, 다시 오지 않을 젊음에게,
네가 너를 잃지 않는 순간은 네가 이기는 순간!'
조르바가 자유로운 기운에 차서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다. 계단을 오르며 다른 것을 생각했었다. 오늘은 온전히 계단 안에서만 생각하고 계단을 오르는 일에만 집중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는 그 모든 것들을 계단을 오르며 할 수 있다니 꽤 좋은 취미임을 다시금 깨닫는 하루다.
(147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