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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Jan 12. 2021

정갈하고 깔끔한 숯불고기와 된장국

- 동네 음식 자산 탐색의 즐거움

이웃의 아픔으로 향하는 시선

생활 동네를 든든하게 지키고 계신 사람들이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시간이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정답던 가게가 그만둔 것만 두 군데를 보면서 가슴 한편이 짠하다. 5년간 자주 들렀던 숯불 닭꼬치 집이 사라진 지도 벌써 두 달이 다되어 간다. 코로나로 인해 행동반경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먼 곳에서 점차 동네 근처로 옮겨왔다. 소중한 자산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근처에 있음을 밥 한 끼 먹으며 깨닫는다.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된장국

너무 싱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짜지도 않은 그 묘한 경계선의 맛을 사랑한다. 그런 나의 기대치를 딱 맞추는 맛을 만났다. 밥을 한 술 뜨고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한다. 적당히 끓여낸 된장국에서는 된장 알갱이들이 약간씩 부서져 있었고 두부는 그 생명력을 지키면서도 입안에서 쉽게 부서져 내렸다. 배추도 땅에서 흡수했던 수분과 대지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그것을 그대로 내 몸에 던져준다. 어느새 몸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추울 때 따뜻함은 정말 고마운 단어다. 


상추쌈에 숯불향 은은한 불고기와 다른 식재료들을 얹다

숯불향이 배인 불고기는 간장을 옅게 발라서 먹기 좋은 냄새를 풍긴다. 둘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상추에 고기한 점, 얼어붙었다가 녹고 있는 파절이와 표고버섯 한쪽, 식초에 절인 양파와 마늘과 고추를 얹어놓으니 한 쌈이다. 카레가루가 노랗게 물든 감자볶음은 아주 오래전 언젠가 먹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다. 음식은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되, 사진이 없으면 잘 소환되지 않는다. 맛에 대한 기억은 더더욱 선명하지 않다. 지금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비슷한 느낌을 상상하는 것이리라. 


깔끔하고 정갈한 밥상과 진한 커피 넉 잔

쌀의 종류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맛이어야 할 것이지만,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ㅇ벗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밥알은 찰지고 맛있어서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반찬은 간이 세지 않고 정갈하고 깔끔해서 밥을 먹고 난 뒤 편안하다. 적당히 먹은 상태는 몸을 무겁게 하지 않고 머릿속 또한 환하게 밝혀준다. 이 생동감 있는 기분을 업시키기 위해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커피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손이 시렸으나 따뜻한 커피잔이 있어서 추운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투샷이 들어간 커피를 1/2샷 기준으로 넉 잔을 만들었다. 커피의 진한 향은 옅어지고 새까만 색깔은 갈색으로 변했다. 그 옅고 따뜻한 커피를 오후 내내 마시며 살푸시 잠들었다. 


마주하는 순간 순간이 삶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 점은 선이 되고 면이 되고 마침내 입체가 되어 내 몸속에 세월의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을 어루만지며, 그 보다 나은 흔적을 만들기 위해 나를 매순간 사랑하는 지점에 삶의 진리가 있음을 조용히 그리고 깊이 깨닫는다. - Wise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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