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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Jan 23. 2021

복불고기와 복튀김


복어에 관한 메시지

어렸을 적 음식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소박했다.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식당을 홍보하거나 먹는 것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가지고 있는 영양학적 구성요소와 어떻게 집에서 먹을 수 있을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영양적 측면을 고려하는 프로그램에는 단골로 유태종 교수가 등장했다. 그의 서민적인 표정과 단단한 말솜씨 속에서 나오는 전문적인 얘기들은 어린 나이에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물론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복어에 관한 그의 메시지를 적어놓은 액자를 보면서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누가 저렇게 정성스럽고 예쁘게 글씨를 썼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복어를 좋아하게 된 여정

부산으로 출장을 자주 다니기 시작한 게 2006년이다. 금수복국집은 복국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종류의 복국이 준비되어 있어서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복국을 즐길 수 있었다. 부산대와 동아대에 계신 선배들을 만나고 난 아침에는 반드시 그곳에 들러 복국을 먹었다. 맑고 시원한 국물에 전날의 피로는 씻은 듯이 날아갔다.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기차 안에서도 속이 편안해서 곧잘 잠들곤 했었다. 복국으로 시작한 복어에 대한 여정은 복불고기를 발견하면서 완성되어 갔다. 복국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미나리와 버섯과 진하돼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의 복불고기는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그리고 고소한 복튀김을 알게 되었다. 복껍질의 매력은 맨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슴 따뜻한 후배의 기쁜 일을 축하하며

기업에서 기술의 사업화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대학으로 모셔와서 지식재산과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사업을 기획했다. 아주 멋진 후배가 혜성과 같이 등장했고 잠시 잠깐 의기투합이 되었었다. 그 후배는 업무에 대한 학습 속도가 흡사 인공지능과 같았다. 몇 달 뒤부터는 내가 그 후배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경력을 쌓았는가도 중요하다. 그 너머에는 배움이 있다. 누구로부터든 배울 수 있다면 평생 일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이 후배는 내게 그런 배움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동료로서 멋지게 일을 해나갔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아주 멋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애초에 나에게 이 멋진 후배를 소개해준 또 다른 후배와 같이 모였다. 


복불고기와 복튀김

보통 복불고기는 일단 양념이 어느 정도 되어있다.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복어의 식감을 높여주는 것이 관건인데, 양념은 부드럽고 미나리, 콩나물, 버섯, 양파는 복어를 에워싸면서도 그것만을 먹지 말고 곁들일 것을 주문한다. 부드러운 복어의 식감은 막걸리를 부른다. 은은하게 튀겨진 복어는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다. 겉과 안이 촉촉하다. 바삭한 식감은 채소가 대신한다. 바삭한 채소를 먼저 먹고 복어를 한 점 먹으며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같이 느낀다.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하며 앞날을 축복하다

지나간 모든 시간들은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아있다. 안 좋은 추억들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냥 날려버리면 그만이다. 기억할만한 추억들을 되새긴다. 특히 부서가 바뀌면서 지난 5년간 틈틈이 <친정 소식지>를 보내준 후배의 마음 씀씀이와 따뜻한 마음을 안주로 올렸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조직으로 옮겼으므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서로 만날 명분을 만들지를 얘기했다. 일단 자리 잡는데 신경 쓰고 자리가 잡히면 서로 자주 만나기로 하고 그 앞날을 축복하며 헤어지다. 좋은 일을 나눈다는 특별한 감정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아주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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