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공존하는 일상 #1

나는 누구인가?

by 새로나무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우리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고갱 그림의 제목이다. 이 그림의 제목이 주는 엄청난 질문에 대해

나는 피할 곳을 찾을 수 없이 완전히 발가벗겨진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와 공존한 지 1년 9개월이 다되어 가는 시점에서

일상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을 때 바로 이 그림이 생각났다.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허망하기도 하지만

의미를 두지 않고 의미 없이 사는 것은 더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 무슨 생각과 의미를 두고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더더욱 침묵 속에 잠길 것만 같다.


오늘도 발열체크를 하고 출근한다.

나의 체온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던 내가 어느새

나의 체온에 대해 매일매일 살펴보게 되고 심지어는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혈액의 속도가 초당 60m 라거나, 내 몸의 세포 개수가 10조 개 라거나,

장내 미생물이 100조 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하나씩 확인하게 될 때마다 놀란다.

내 몸이 이렇게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니 놀랍고 그런 생태계가

내 몸속에 있다는 것에 사실에 대해서도 놀란다.

더구나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구성하는 세포들에게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그저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놀라움은 그때뿐이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고는 무관심해지게 된다.

코로나는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라고 권한다.

좀 더 세심하게 내 몸에 대해 관찰하라고 권한다.

그게 비록 어떤 객관적인 수치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게 된 만큼 내 몸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사실 내가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데도 지금까지 잘 버텨줬다는 안도와 감사의 인사를 하게 된다.


발열체크를 받으며 안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나의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 지점은 내가 그동안 살펴보지 않았고 관심을 갖지 않은 지점이지만 내가 반드시 있었던 곳이다.

새롭게 발견한 그 세계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찾고 있다.

하루하루 가슴 설레는 일이 기다리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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