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줄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올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지난 몇 달 동안 맑은 공기를 선물해준 그 모든 것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오늘도 날씨가 끄무레하지만, 맑고 먼지가 없어서 상쾌하다.
이런 끄무레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따뜻한 칼국수!
칼국수를 먹기 전 생선전을 주문한다.
이렇게 부드러운 생선전을 얼어있던 동태포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인데,생태로 만들기에는 단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고,또 그 신선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으리라.집에서 생선전을 해 먹어 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생각일 것이다.가치 있는 가게가 우리 주변에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마 여기 있을 것이다.
내가 혹은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간직한 곳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게가 단단하게 버티기를 빌어본다.
음식을 먹을 때면 늘 맛에 있어서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자주 접했던 음식일지라도 조금만 더 세심하게 접근하면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자주 먹으면서 매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이런 경험들이 축적되어갈 때 더 깊은 세계로 점점 들어가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나는 평양냉면을 꼽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음식인가 했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상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만큼의 시간 투자와 그 진미를 알고자 노력했다.마침내 어느 순간 평양냉면의 그 깊고 오묘한 맛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더구나 평양냉면의 맛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어느 순간
잘 숙성된 동치미 국물이 어우러진 막국수나, 양지와 사골을 깊게 우려낸칼국수 혹은 베트남 쌀국수의 국물과 맛이 유사한 지점까지 가게 되고 보니일상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맛을 느낀다는 것이 대단히 신비로운 일이 되고 말았다.
이 가게의 칼국수를 맛본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맛이 있었다!
오늘 내가 새롭게 발견한 것은 바로 간장의 맛이다.
위가 약해 위염을 자주 앓아서 될 수 있으면 싱겁게 먹으려 노력하다 보니간장을 멀리하게 되었다.
최근 마이크로 바이옴을 공부하며 음식의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간장에 대한 편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던 중이었다.
바로 그 간장에서 당장 무언가 묵직하면서도 아늑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마트에서 파는 간장은 아닌 것 같다.
맛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게 주인의 몫이지만
그 맛을 음미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먹는 것은 나의 몫이다. 이게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미리 말씀해주시지 않으면여쭈어 보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생각한다.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옅게 생선전에 바른다.
간장의 깊은 맛이 그 생선전의 맛을 1층에서 3층 높이 정도로 올려 보냈다.이쯤 되면 맛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군더더기다.'그냥 맛있다, 간장의 맛이 더해져서 생선전이 맛있다' 정도에서 하산해야겠다.
대신 간장을 조금 더 탐색해보기로 했다.
사전에 간장은 콩으로 메주를 쑤어 소금물에 담근 뒤에
그 즙액을 달여서 만든 장이라고 한다.
간장은 짠맛·단맛·감칠맛 등이 복합된 독특한 맛과 함께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담근 햇수가 1∼2년 정도 되는 묽은 간장은 국을 끓이는 데 쓰이고, 중간장은 찌개나 나물을 무치는 데 쓰이고, 담근 햇수가 5년 이상 되어 오래된 진간장은 달고 가무스름하여 약식(藥食)이나 전복초(全鰒炒)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간장은 부종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기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