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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Oct 24. 2021

삼치회와의 조우

아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친구를 만나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그 만남이 미루어지게 되면 섭섭함만이 그 시간과 공간을 채우게 된다. 삼치회를 아는 사람이 드문 만큼 삼치회를 맛볼 기회도 드문 것인가? 2017년에는 내가 가던 그 식당이 사업이 잘되어 단층을 위로 올리는 공사를 한다고 했다. 아쉽게 놓치고 나니 영 제주 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4년이 지난 시점에 제주를 가게 되었다. 친구와 오래간만에 만난 후배와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일행들에게 삼치회를 얘기하자 다들 의아해한다. 삼치는 구이로 먹는 생선이고 흔하디 흔한 생선인데 굳이 이걸 먹어야 하냐는 표정들이다. 열심히 삼치를 설명해봐야 소용없겠다는 생각에 포기하려 했는데 길이 많이 막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옛날 단골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10월이면 아직 제철은 아니고 더구나 오늘은 늦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원래 삼치회는 11월에서 3월 사이가 제철이라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위로 층을 올린 가게에 사장님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첫마디는 삼치회가 되느냐였는데 된다고 했다. 와우 신난다. 이게 얼마만인가? 얼마 만에 이 반가운 친구와 조우하는 것인가? 날씨의 영향일까 삼치의 비린내가 약간 더 난다. 다행히 일행들은 이 신기한 맛을 아주 많이 즐길 태세는 아니어서 나에게 더 많은 지분이 왔다. 제주 생유산균 막걸리와 삼치 회의 조화는 언제나 기가 막히다. 물론 쌀쌀한 날씨에 먹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차피 맛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다. 



김 위에 삼치회, 갈치 속젓, 이 가게만의 소스와 고추냉이, 파김치를 얹어 막걸리 한 모금하고 입안에 넣는다. 최근에 눈을 뜬 갈치 속젓의 깊은 맛과 김이 삼치 회살 사이로 스며든다. 시큼한 파김치는 바다 손님 들위에 내려앉는 육지의 인사 같은 맛이다. 옅은 맛과 깊은 맛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나의 유치한 비교 심리는 이제 이곳저곳이 결국 같은 곳임을 알게 되는 성숙된 마음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것을 비교하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음식을 먹는 동안은 내가 음식이 되고 음식이 내가 되는 것이다. 막걸리가 내가 되고 내가 막걸리가 되고 삼치회가 내가 되고 내가 삼치회가 된다. 무엇을 비교할 필요 없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있는 그대로의 음식과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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