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맑은 가을 하늘이 펼쳐진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다. 계단 오르기를 위해 문을 나서는 이 순간 몸은 약간 무겁다. 막상 시작하면 좋은데 시작하기 전의 그 미적거림과 망설임이 무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하 1층 계단에 발을 걸고 스트레칭을 한다. 몸이 내 몸임을 느끼기 가장 좋은 운동은 스트레칭이다. 쭈욱 펴지는 근육과 살들이 전해오는 자극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계단을 오르고 싶은 의욕이 올라간다.
창문 여는 것이 망설여질만큼 쌀쌀한 공기가 몸으로 들어온다. 운동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며들어온다. 그중 요 며칠 나를 사로잡은 것은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 위한 조건에 관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너무 높게 올려보거나 낮게 보게 된다.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작용한 결과다.
사회적인 위치나 명성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사람의 본질을 들여다보는데 방해가 된다. 사회적인 위치에 대해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주 저울질하는 어리석은 심성을 가진 나이기에 그 편견과 선입견은 더 날카롭게 나를 괴롭힌다. 언제쯤이면 그런 잡스런 생각에서 풀려나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는데, 오늘 문득 명쾌한 생각이 스친다.
그 사람이 누구이건 그 사람을 애써 높게 올려다보거나, 애써 낮춰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태어난 시점만 다른 게 아니고 그 사람을 구성하는 삶의 조건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애초에 수평적인 비교란 불가능하다.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삶은 그대로 가는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와 저울질할 수 없다. 비록 같은 공간에서 잠시 같이 일을 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와 나는 다르다. 그가 맞고 내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니 비교할 필요 없다.
사람이 평생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기껏해야 150명 안팎이라고 한다. 더구나 나이가 들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하면 그 150명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서 내가 편하게 나의 진솔한 삶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우쭐해하거나 적게 만난다고 의기소침할 일이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내 삶의 질이 윤택해진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쓸데없는 비교의 문턱을 넘어서면 자유로운 인간관계의 넓은 지평이 펼쳐진다.
땀나는 얼굴 위로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지나친다. 계단을 만난 뒤로 운동에 대한 조바심이나 몸에 대한 걱정이 많이 사라졌다. 틈나는 대로 계단을 오르고 힘들면 쉬거나 아예 집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만남의 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면 굳이 끌려다닐 필요 없다. 무엇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다. 각자의 자유의 지대로 살되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을 주고받는데 집중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관계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제약받지 않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