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압으로 처지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저층에서는 계단 창문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빗물들의 촉촉한 물빛 내음이 섞여있다. 중간층 정도에서는 바람의 세기가 조금 잦아든다. 건물 사이의 기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잦아든 바람 사이로 옅은 봄기운이 같이 밀려오지만 그게 대지에서 뿜어낸 봄기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18층 정도를 지나니 비로소 저 멀리 숲 속 대지에서 출발한 봄기운이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창문으로 밀려들어온다.
계절의 변화는 신비롭다. 매년 느끼는 봄기운의 미세한 느낌을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번 봄이 오면 바람에 실려오는 봄기운이 새롭다.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봄비가 내리는 지금의 봄기운은 약간 싸늘하지만 신선하다. 21층에 올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태극권 기본체조를 한다. 왼 어깨와 오른 어깨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어깨의 피로 상당 부분이 해소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물론 내일이 되면 다시 약간의 통증과 시원함이 섞인 이 느낌을 그대로 느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두 번째 세트부터는 한결 몸이 풀어져서 잘 오르게 된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 발을 통해 발목과 정강이, 허벅지에 전해지는 자극은 매번 새롭다. 내 몸의 세포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죽고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계단을 오르면 내 몸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가라앉아있어서 잠들었던 근육 세포들을 하나하나 깨우는 의식을 거행하는 것 같은 착각이 밀려온다. 낡은 생각과 고정관념과 편견과 묵은 감정들도 새롭게 깨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자극을 주는 시간을 매일 가진다면 나는 얼마나 더 새로워지고 멋있어질 것인가?
네 번째 세트를 마치고 나니 등과 가슴에 땀이 차고, 이마에도 땀방울이 연신 맺힌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오르는 기적을 꿈꾸었으나 온갖 잡생각과 공상과 자존감 떨어지는 비교에 오늘도 나를 내맡기고 말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노력하는 이상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다리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할 때 몸과 마음은 한결 더 상쾌해졌다.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봄비와 봄기운과 대지의 생명력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운동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