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다
"고급화는 더 이상 호텔의 차별화 수단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대신 고유함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 특유의 바이브(Vibe, 1. 분위기, 낌새, 느낌 2. …에 영향을 주다, <감정 등을> 발산시키다
3. <사람이> 영향을 잘 받다, 죽이 맞다)가 뿜어져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실천하는 게 핵심이다. 개인적으로 제대로 된 근사한 복합 문화공간을 좋아한다. 문화적 무드와 예술적 기운, 힙한 느낌, 이런 것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 플레이스 캠프 제주 기획자 김대우, 비즈 한국(2021.10.14)
이 글을 정리하면서 김대우 대표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김 대표의 생각과 지향하는 바와 구현하고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대목이다. 문화공간과 삶과의 연계, 그리고 고급화나 가격이 아닌 고유함과 가치를 지향하고 특히 Vibe는 나도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개념인데 그 뜻을 살펴볼수록 매력적인 표현이다. 하나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독특한 느낌인 것 같다. 여기에 힙한 느낌(영어 단어인 '힙(hip)'에 한국어인 '-하다'를 붙인 말로, 원래 '힙은' 허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형용사로 쓰이며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말로는 '핫하다', '트렌디하다' 등이 있다.). MZ 세대와 매일 호흡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실천적으로 공부해야 할 개념으로 보였다.
그동안 호텔업은 오프라인 기반 사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고,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객단가를 높여야 하는데 50대 이상의 고객은 취향에 돈을 많이 쓰지 않고, MZ세대는 돈이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 착안해 김 대표는 ‘종합생활업 사업자로서 오프라인에서 브랜딩과 고객관계를 구축하고 큰돈은 오프라인에서 벌자’는 목표를 세웠다.
오프라인에서는 플레이스 캠프 제주만의 바이브를 체험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숙박과 F&B는 고급화보다 합리적인 가격선을 정해놓고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노력했다. 독특한 바이브를 위해 여기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 여기서만 구매할 수 있는 굿즈를 만들었다. 온라인 편집숍을 만들어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의 관점에서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화면에 띄운 김 대표는 “변화가 용이한 조직문화와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답을 제시했다. 내부 인원뿐 아니라 외부화의 협업도 중요하다는 것. ‘스타일이 맞는 사업자와 사람들의 사업적 커뮤니티’라는 정의 속에서 띵굴 마켓,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업자와 콜라보하는 식으로 실천도 해나갔다.
년간 1200만 명에서 13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제주도를 찾는다고 한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는 거대한 신사업의 테스트베드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사업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진다. 첫째,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리스크가 낮다는 점, 둘째, 다수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 셋째, 긍정적 viral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 대표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은 수도권이라는 주류가 비주류를 보는 편협된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거꾸로 제주가 메인 스트림을 만들고 그것을 수도권을 비롯하여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내가 주로 수도권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라본 내 고향은 언제나 주류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곳이다. 재정자립도도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사람들의 이탈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연세 많으신 어른들만이 삶의 기반을 가지고 있을 뿐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우 대표의 메시지는 내게 울림이 크다. 한 때 산나물이나 고랭지 채소, 자연휴양림을 바탕으로 한 사업들에 대해 공상을 해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접근과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로컬 중심의 사업구상은 처음 접해본다. 그래서 더더욱 귀가 쫑긋해진다.
김대우 대표와 함께한 시간 동안 그의 키워드를 정리해보았다.
1. 혼행자 : 혼자 여행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단다. 이와 더불어 제주에 일주일, 한 달 혹은 일 년 살기를 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단다. 이 사람들이 로컬 기반 신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
2. 제주 유배 : 아 이 말은 참 재미있는 말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도 제주에 유배된 뒤 추사체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유배가 꼭 나쁜 의미만을 담지는 않는다. 하물며 오늘날처럼 그런 제도가 없는 가운데 스스로 제주에 유배를 오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스스로 제주에 유배되어 펼칠 스토리와 힐링과 재충전 및 새로운 의사결정들은 얼마나 생산적일 것인가?
3. 관계 인구 :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나도 관계 인구에 포함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통계들은 흥미롭다. 아마도 제주가 좋은 사람들은 월 1회나 주 1회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4. 제주 이민 : 제주 이민은 아마도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불을 지펴놓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제주 이민을 꿈꾼다.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나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임을 나도 느낀다. 오랫동안 뵈왔던 선배님도 지금은 제주살이를 하고 있다. 제주로 왔던 사업자들은 대부분 카페를 개업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제주 정착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원하고 있어서 그 성공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고 한다.
대담 중 제주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된 변곡점에 대해 김대우 대표는, 올레길과 소셜 커머스(1만 원짜리 항공권 등)를 꼽는다. 앞서 키워드로 얘기한 혼행자, 제주 유배, 관계 인구 및 제주 이민이 포괄적으로 제주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요인이었을 것이다.
김대우 대표의 발표 내용 중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역시 구체적인 사례다. 비즈니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주라는 사회의 삶이 어떤 혁신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고 또한 그 사례를 통해 우리의 삶의 질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계 생활, 아라리오 뮤지엄 타운은 기존의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질적으로 성숙한 모델이라고 한다. 또한 제주를 하나의 게이트웨이로 한 비즈니스 모델 사례로는 Cociety Village, 롤링 브루잉 등이 있다.
각각의 사례들은 앞으로 별도로 다루어야 할 주제다. 무엇보다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변모시키고 있는 제주의 모습이 지금도 이렇게 완전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데 미래에는 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열정과 에너지를 직접 느끼면서 김대우 대표의 활약은 지금 시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