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Dec 23. 2021

파김치에 파 묻히다

날 것과 익은 것의 조화

홍어무침과 함께 나온 파김치를 밥에 올려 한입 입에 문다.

파김치에서 솔솔 풍기는 내음은 잘 익은 냄새와 

처음 파가 간직하고 있던 맵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같이 느끼게 해 준다. 


날 것과 익은 것의 조화는 입안에서 한껏 버무려진다. 

씹을 때 씹는 맛과 더불어 입안 가득 퍼지는 파의 향기가 새롭다. 

어떻게 담근 것일까? 

이 무슨 조화롭고 오묘한 맛인가? 

그저 넋을 잃고 밥과 홍어회와 같이 먹고 있을 뿐이다. 

내가 먹는 동작이 오히려 기계적인 반응 같다. 

음식을 먹으며 내는 반응 중 최고의 찬사는 맛있다거나 감탄사가 아닐까? 

사장님이 기분 좋게 나의 반응을 지켜보시더니 얼른 한 접시를 더 내놓으신다. 



파의 성분은 포도당, 과당, 점액질, 비타민 A, B, C 등을 함유하고 있어 

식용으로도 요리에 온갖 양념의 재료고 골고구 들어가며 약용으로도 우수한 효력을 지닌 채소다. 

[네이버 지식백과]  (농식품 백과사전)


아주 어렸을 적 라면을 끓여주실 때 어머님은 대파를 숭숭 썰어 넣어 주셨다. 

파의 비릿하면서도 약간은 매운맛이 너무 싫었다.

젓가락으로 하나씩 건져내도 겹겹인 파의 얇은 부분까지는

낚시질에 실패할 수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님께 야단을 맞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체 이런 음식을 누가 먹을까? 아 왜 어머님은 파를 넣으시는 걸까? 


세월이 흐르며 점점 파를 조금씩 먹게 된다. 

파의 효능을 쫓아갔다기보다는 파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라면의 날카로운 맛을 중화시키는데 대파만 한 것이 없다.

김치를 만드는데도 쪽파가 김치 사이사이에서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오늘처럼 완전한 독립 장르로서의 파김치는 숙성의 정도에 따라 그 맛의 깊이가

천차만별이고 그 깊이의 차이를 느낄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깔끔한 평양식 만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