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Dec 19. 2021

깔끔한 평양식 만두

슴슴/시원/깔끔/개운

17년 동안 오가는 길에서 보았던 가게를 오늘 처음 들렀다.

가장 즐겨하는 음식으로 평양냉면을 손꼽을 수 있다.

평양식 하면 왠지 심심하고 은은하면서도 깔끔하고 묘한 여운을 남길 거라 생각했다.


만둣국은 아무런 양념 없이 국물과 만두의 단순한 조합으로 나왔다.

만둣국은 이런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빠져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국물을 한 모금 먹어본다. 평양냉면의 온면과 같은 심심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만두소는 탱글탱글한 즙을 한껏 머금고 있어서 입안에 부드럽게 퍼진다.

숙주의 아삭한 식감과 고기를 비롯한 다른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다.

만두피는 오직 만두 안의 식재료를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스에 썰어놓은 파를 한 조각씩 집어 만두에 올려 먹는다. 

소스는 자극적이지 않고 만두의 깔끔한 맛을 한껏 더 높여준다. 

오이소박이 국수의 국물은 김치말이 국수를 생각나게 한다.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하면서도 심심하고 개운하다. 

국물 안에 담긴 고춧가루는 얇고 고운 입자이면서도 매운맛을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다.

살얼음이 있어도 차갑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더 든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등장한 김치말이 밥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 사람들은 이런 국물에 국수나 밥을 넣어 겨울에 시원하게 먹었다고 한다.

냉면도 사실은 추운 방에서 이를 부딪혀가며 먹는 음식이라고 하니 서로 연결된다.


녹두전은 녹두를 진하게 갈아서 고소한 맛이 최상이다. 

파와 숙주 등의 재료와 잘 어우러진다. 

차만 아니면 막걸리 한 잔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둘이서 세 가지 요리를 먹고 나니 배가 한껏 부른데

속이 불편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좋은 식재료와 요리 솜씨로 만든 음식은 속을 편안하게 한다.

무와 물김치 반찬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시원하며 심심하다. 


안 가본 곳을 가는 즐거움을 새삼 느끼는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파 견디게 해주는 복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