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균형 지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가 바뀌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도 신발끈을 조이고 문을 나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계단을 오른다. 해가 바뀌면 몸도 바뀐다.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만 알고 있었다. 올해 최고의 발견은 아마도 노화와 관련하여 텔로미어의 메커니즘일 것이다. 텔로미어 이론에 따르면 노화는 자연현상이 아닌 질병에 가깝다는 것이다. 빌 앤드루스는 일란성쌍둥이 형제와 다른 길을 걸었다. 텔로미어를 연구하면서 실제로 자신의 몸을 실험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일란성쌍둥이 동생의 텔로미어 나이가 70세인 반면 자신의 텔로미어 나이는 25년 정도 젊은 45세로 나왔기 때문이다.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빌 앤드류스는 거의 매일 1시간 정도 운동하면서 건강을 챙긴 반면 릭 앤드류스는 건강을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텔로미어를 늘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화의 척도를 알 수 있는 세포, 텔로미어 [생로병사의 비밀] | KBS 210106 방송 - YouTube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염색 소립으로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즉 세포 시계의 역할을 담당하는 DNA의 조각들이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의 '끝'(τἐλος, telos)과 '부위'(μέρος, meros)의 합성어다.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동안에 염색체와 DNA를 복제하는 효소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복제를 계속할 수 없다. 텔로미어가 없는 상태로 세포가 분열된다면 세포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는 염색체의 끝부분이 소실될 것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을 막고 있는 분해되지 않는 완충지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포가 분열되면서 텔로미어는 소실되며 텔로 머루 이스라는 역전사효소에 의해 보충된다.(위키디피아)
허리 디스크나 후방 십자인대 파열 혹은 신장결석, 그리고 큰 딸이 응급실에서 위기를 겪은 이후로 몸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늘어났다. 운동을 해도 체계적이지 않고 불규칙하게 하고 식습관도 매우 불규칙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을 조금씩 정리하게 해 준 계기는 지난 3월 아들이 확진되면서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삶의 패턴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아주 보석 같은 순간이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이 변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금씩 알고 조금씩 실천하며 일상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그대로 오늘까지 이어졌다. 오늘처럼 추운 날도 별다른 준비 없이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 운동을 만난 것은 2년 전 일이지만, 그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는 올해 들어서였다. 찬바람이 불어와 계단 창문을 열지 못하는 약간의 답답함은 있지만 지하 1층에서 21층까지 두 세트를 오르고 나니 벌써 땀이 찬다. 지난번에 큰 실수를 했다. 땀이 차고 답답해서 반팔로 오르다가 그만 몸살 기운이 들어왔다. 다행히 하루 만에 사라지기는 했지만 객기는 금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계단 오르기는 차서 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 사이의 균형점을 잡아나가는 것이 내 삶에 가장 필요한 부분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 균형점은 영점 조정을 해서 늘 갖고 다닐 수 없다. 매번 바뀌는 균형점에 맞추고 살아가야 한다. 아픈 가운데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매번 어려운 숙제인 것처럼, 수시로 변하는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 역시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태어난 이상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이 숙제를 매 순간 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은, 그게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고 오히려 그로 인해 삶에 적절한 긴장감이 나를 더 행복한 삶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저녁 오래간만에 다섯 식구 같이 앉아 먹고 마시며 지난 시간들을 얘기한다. MZ세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앞으로 숙제인데, 바로 내 앞에 세 아들과 딸들이 MZ세대이니 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줄이고 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잔을 부딪치며, 뭔가 주절주절 말을 하다 말고 보내는 눈치를 알아듣고 말을 줄인다. 행동은 과감하게 하되 말을 줄이는 한 해가 내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밤이 깊어가고 우리들의 우정도 깊어간다. 나무처럼 우리들의 우정은 무성한 가지를 드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