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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Mar 18. 2022

#1.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일까?

 

대학교 3학년 때 한 친구와 당구장에서 주고받은 말 때문에 거의 일 년 가까이 그가 한 말의 잔상으로 괴로워했었다. 마침내 1년이 된 시점에서 그 친구에게 그 말을 빼들며 맞짱을 신청했다. 그런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 친구는 2년 전 다른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했었다. 나의 돌발적인 말에 그 친구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설령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전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얘기했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의 선의에 의해 무장해제됨과 동시에 나 스스로 나의 생각 속에 갇혀 나를 괴롭혔던 일들로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이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머리가 아둔한 건지 아니면 자꾸 잊어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상처받는 말을 받았을 때 결국 최종 희생자는 나였음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이 60이 되어야 철이 든다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을 새겨보면 꽤 빨리 철이 든 것 같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동안 상처받을만한 말과 행동에 고심하며 보냈던 불면의 밤들을 생각하면 스스로 어리석음에 대해 통탄한다. 그 말이나 행동을 보인 사람은 그 말을 하고 난 뒤, 행동하고 난 뒤, 잊고 있었음을 뒤늦게서야 알아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 나를 이토록 괴롭게 만든 것일까? 최근 떠올리고 소중하게 보물처럼 사용하는 말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사람을 흔히 몸과 마음으로 나눠 생각하지만,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있고 마음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회복탄력성은 몸과 마음 모두에 영향을 준다. 안 좋은 일을 겪었을 때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스트레스로 인해 피폐해질 틈이 없기에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사전적 정의는 정답이라기보다는 어떤 개념의 윤곽을 그리는데 기초가 된다. 그래서 사전을 들여다보았다. 회복탄력성은 영어 "resilience"의 번역어다. 심리학, 정신의학, 간호학, 교육학, 유아교육,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개념이며, 극복력, 탄성, 탄력성, 회복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탄성이 다르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거나 커다란 성취를 이뤄낸 개인이나 조직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실패나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보인다. 어떤 불행한 사건이나 역경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불행하거나 행복해지는 기로에 서게 된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으며 세상일을 긍정적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구축함으로서 부정적으로 상황을 인식함으로써 과소비되는 감정적 에너지를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에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탄력성은 놀랍게 향상된다. 


회복탄력성은 인생의 역경과 도전에 맞설 때 마음의 원천에서 필요한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내적인 능력을 말한다. 내면의 힘과 자원, 지혜, 선함을 포괄한다. 마음과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 역경을 뚫고 나아가게 하고, 우리를 억누르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준다. 역경은 늘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역경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있으면 역경에 맞설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어떤 장애물도 극복하도록 돕는다.




사실 뚜렷한 역경과 시련을 많이 겪어보지 못했기에 나를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신 아버님과 어머님을 떠올려보기로 했다. 부모님은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셨다. 이는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치명적인 역경으로 작용했으리라. 아버님이 택하신 일은 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노동이었다. 그것도 가장 치열한 지하 수백 미터 막장에서 10여 년의 힘든 세월을 견디셨다. 광부가 되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경제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굽신거리는 시간들이 있었고 그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셨다. 


부모님은 웬만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셨다. 젊었을 때 힘든 시기를 보내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젊은 시절을 부모님이 만들어준 아늑한 우산 속에서 보낸 나는 사실 이런 회복탄력성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부모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불의에 굴하지 않고 굽히지 않는 태도를 배웠으며, 때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먼 미래를 위해 낫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랄 수 있었다.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복탄력성을 이미 배웠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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