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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Mar 19. 2022

#2. 회복탄력성 습득의 길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뇌가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위협에 반응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데 있다. 지금 당신의 스트레스 대처 습관이 불완전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대 과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 가운데, 특히 ‘뇌의 자기 재조직화 역량에 관한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연구를 통해 우리는 뇌가 자신의 기능을 스스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뇌의 학습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도구를 갖추기만 하면 얼마든지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 그 원리를 탐구하려면 먼저 우리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신경계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뇌 회로를 재구성하면 된다. 20여 년 전만 해도 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청년기부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의 뇌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상은 정반대다. 뇌의 구조와 기능은 ‘말랑말랑’하고, 일생에 걸쳐 쉬지 않고 변하는데 이러한 능력을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생각, 행동, 경험의 변화에 적응해 뇌는 계속 변한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기막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복된 활동으로 강하게 연결된 특정 신경망은 생각과 행동의 동선이 된다. 반복된 생각과 행동이 그 동선을 심화하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실행하고 반복하면 또 다른 뇌의 사고 프로세스가 생겨난다. 놀랍게도 우리가 훈련하는 것이 진짜 우리 현실이 될 수 있다. 긍정적 경험이나 강점, 성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생각하면, 관련된 신경 연결 회로가 자라나고 뇌는 긍정성에 집중한다. 반면, 원망과 불만이 가득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비난하면 부정성을 키우는 셈이 된다.




뇌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서서히 하나씩 잠들어간다고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걸 뒤집는 게 뇌가소성이라고.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면서 책을 읽는 속도는 더디게 늘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하는 범위는 깊어지고 넓어졌다. 어떤 책을 볼 때 그 책 내용에만 머물러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책이 가닿고자 하는 지평이 어디일지 확실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 지평이 어렴풋하게 나의 시야에 포착될 때 희열을 느꼈다. 


일기를 처음 쓸 때의 어색함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점점 사라졌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던 내가 타인의 시선을 막고 온전히 나의 시선으로 나의 내면과 주변 환경에 대해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물에 대한 이해, 사물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글은 나에 대한 고백이며, 나에 대한 치유와 평화로운 쉼터임을 알게 되었다. 얄팍한 만족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건강한 내면을 키워나가는 자양분으로 더 많이 느껴졌다. 




강력하게 연결된 신경세포(뉴런) 집합은 학습이나 습관 형성의 토대가 된다. 생각, 느낌, 신체 감각이 신경 연결망을 형성하거나 변형한다는 사실이 신경과학 분야에서 발견되었다. 이 연결망은 우리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재회로화 rewiring’를 진행한다. 뇌에서 동일한 신경 경로를 따라 반복적으로 활성화가 일어날수록 뉴런의 연결과 조직화는 더 강해진다. 다시 말해, 한 묶음으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는 한 묶음으로 회로화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회복탄력성 계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긍정적인 것을 거듭 생각하면 신경 회로가 더 긍정적인 변화를 향해 확장된다는 말이다. 


염려, 두려움, 불안과 관련된 신경 회로는 덜 사용할수록 위축된다. 그러므로 현대 신경과학은 잘되는 일에 일부러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있다. 사실 사람은 회복탄력성이라는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 잠재력이 여기저기 부딪혀 마모된다. 사회적 조건화 conditioning도 마모의 원인이 된다. 성별에 따른 기대치, 인종, 사회적 지위 등 압박과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여러 요인이 사회적 조건화를 만든다. 사회적 관습에 순응하든 안 하든 가족, 스트레스, 편견, 빈곤, 트라우마, 폭력 등이 전반적으로 작동해 역경에 반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을 습득하는 길은 무수히 많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 사람의 회복탄력성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퍼센트 정도로 밝혀졌다. 달리 말해, 회복탄력성의 상당 부분은 비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가족, 공동체의 지원, 자기 성찰, 소속 단체, 상담, 마음 챙김, 신앙, 영성 같은 외적 조건이 회복탄력성 형성에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는 내면의 자원이다우리에게는 누구나 끌어다 쓰고 재충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매 순간 말하고 있는 나,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 음악과 새소리를 듣고 있는 나, 타인의 말과 의견에 공감하고 있는 나.... 수많은 나를 알아차리고자 한다. 예전과 달라진 지점은 바로 거기다. 나를 온전히 챙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에 회복탄력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요즘은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지나간 일들 중 쓰라린 추억을 되새기며 나를 비판하던 일을 멈추고 아름다운 것들만 들여다보고자 노력한다.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알 수 없는 일에 나 자신을 던져놓고 무책임하게 쳐다보는 일은 허망하다. 오직 지금 이 한순간 속에서 온전히 나를 발견하고 나의 감정을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는 길을 찾는다. 그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이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변화다. 우울을 떨쳐낼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있다. 타인의 긍정적인 메시지 또한 나를 깨어있게 한다. 그림이든 글이든 유튜브든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매일 학습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거대한 학습의 장이다. 배우고자 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는 드러커 선생의 메시지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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