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흘리고 수분을 섭취하는 순환

by 새로나무

코로나 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봄 신천지 사태와는 그 전개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학교, 식당, 학원 등 그 진원지가 확대되고 있고 확진자 수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이다. 뉴스를 끄고 반바지와 티셔츠, 마스크와 수건을 준비하고 조용히 문을 나선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지하 1층에서 시작한다.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 저녁 8시가 되어가는데도 후끈한 열기가 지상에는 가득 하나, 지하 1층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선선하다.


먼저 다리 스트레칭을 한다. 너무 오래 하면 허리에 묵직한 통증이 전달되어 걷기 힘들다. 너무 짧게 하면 계단을 오르는 동안 다리에 힘이 없고 첫 set가 너무 힘들다. 안 그래도 첫 set는 매번 힘들다. 다른 운동은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수월한 느낌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데 계단 오르기는 신기하게도(?) 매번 힘들다. 종아리가 당기고 다리에 힘이 차오르지 않고 호흡은 가쁜 힘든 과정이 매번 반복된다. 그런데 그게 이 운동의 매력이다. 그동안 운동하면서 쌓였을법한 기득권을 계단 오르기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오늘은 덥기도 하지만 습기도 있어서 2층부터 복도 창문을 하나씩 열면서 올라간다. 21층까지 올라갔다. 23층까지 오르던 것을 21층으로 줄인 이유는 너무 운동량에 집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그 정도면 랩타임이 딱 좋을 것 같아서 줄인 지 3주 정도 되었는데 아주 좋다. 특히 엘리베이터 회전반경이 너무 멀어지면 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유다. 예상했던 대로 첫 세트가 너무 힘들다. 계단 오르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숨이 차고 다리 근육이 당겨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태극권 기본체조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배운 뒤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태극권 체조를 한 동작씩 수행한다. 태극권 기본체조는 대부분 어깨를 중심으로 한 상체운동 위주로 되어있다. 어깨 돌리기, 깍지 끼고 상체 뒤로 젖히기 등 하체운동 중심의 계단 오르기 운동과 상호보완적이다. 그리고 사실은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운이 좋아서 올라가니 엘리베이터가 21층이나 그 근처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기다리지 않고 내려가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확률을 보면 60%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재활용 처리하는 날이라 엘리베이터가 쉴 틈 없이 여러층에 정지한다. 그런 만큼 충분히 태극권 체조를 통해 상체를 풀어줬다. 마스크를 쓰고 내려서 벗고 하는 과정이 귀찮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지하에 내려서 두 번째 세트를 시작한다. 조금씩 더워지고 땀이 차오른다. 계단을 올라가며 미세한 바람의 변화를 느낀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힘들다. 두 번째 세트를 마치면 몸이 풀어지고 이제부터는 할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늘은 아니다.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역시나 긴 시간 기다리면서 왼쪽과 오른쪽 번갈아 어깨 운동을 한다.


다섯 번째 세트를 마치고 나니 땀이 흥건하다. 몸안에서 뭔가 독소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날이 더우니 상쾌한 느낌은 생각보다 적게 느껴진다. 창문을 닫는 시점이 마치는 시점인데 오늘은 아무래도 여섯 세트로 마감하련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위안을 한다. 뭐 이런 날씨에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라고 혼잣말로 얘기한다. 아 그리고 땀에 젖은 티셔츠와 수건에서 나오는 냄새로 인해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핑계도 곁들인다.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젖은 수건을 욕조에 던질 때는 후련하고 홀가분하다.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한다. 매일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 든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선풍기 바람을 쐰다. 선풍기만으로도 충분하다. 땀을 흘린 만큼 선풍기만으로도 더위를 감당할 수 있다. 작년에도 에어컨 도움 없이 살았던 건 이렇게 땀을 흘린 덕분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에서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고 했지만 50여 일간의 장마 끝에 찾아온 더위라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수분을 보충하는 데는 수박이 최고다. 우리 몸의 2/3가 물이다. 나이 들어 겪는 노화현상이야 어쩔 수 없지만 수분을 잘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실제로 하워드 뮤래드 박사는 피부 노화 등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워드 뮤래드 박사는 <물, 마시지 마라(Water Secret)>에서 물에 관한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물을 마시는 것과 우리가 수분의 총량을 유지하는 것과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메시지다. 수분함량이 풍부한 음식을 통해 물을 먹음으로써 우리의 세포막이 충분히 물과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라는 메시지였는데 읽은 지 거의 8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그가 던진 메시지는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특히 식물세포의 수분을 흡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대표적인 음식들을 열거했는데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에는 수분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닭가슴살도 60%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다.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과정을 통해 수분을 흡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 몸의 세포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건강의 지표라는 점에서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내 몸에 들어오고 있다.


오늘 나는 수박과 옥수수, 감자를 먹으면서 천천히 기분 좋게 수분을 흡수한다. 땀을 씻어낸 몸은 음식을 먹으며 섭취하는 수분으로 다시 촉촉해지고 있다.


(126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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