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제2의 심장

by 새로나무

사업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후배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로 했다. 잠깐의 짬을 내서 다섯 세트만 하기로 한다. 그냥 바로 가서 술잔을 기울이면 왠지 몸에 대해 부채를 질 것 같은 생각에서다. 계단 오르기를 하면 날씨의 미세한 변화를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단순히 기온이 높고 낮은 것 너머의 미세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어제만큼 덥지 않다. 지하 1층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한 걸음씩 옮긴다. 무릎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 계단을 오르며 날씨만 미세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관찰하게 된다. 계단 오르는 속도를 조금 줄였다.


첫 세트는 언제나 힘들지만 그래도 오늘은 견딜만하다. 태극권 기본체조의 첫 단계는 한 발 앞으로 내밀고 왼쪽부터 서서히 팔을 펴서 돌리는 동작이다. 그전에는 어깨에 통증이 오면 한의원을 찾았다. 앉아서 일하는 자세나 타이핑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깨에 무리가 간다고 생각만 했었다. 그러다 태극권 체조를 유튜브를 통해 배우고 나서는 팔 돌리기 동작을 통해 어깨 어느 부위가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이 동작을 통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왼팔과 어깨, 오른팔과 어깨를 차례로 풀어준다. 지난 1년 5개월간 한의원을 거의 가지 않았다. 그전에는 못 견디게 아파서 한의원을 한 달에 한번 꼴로 찾았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은 보디빌딩을 하는 아들이 가르쳐준 승모근 풀기 동작을 반복했다. 팔을 구 90도로 구부린 상태로 그대로 양옆으로 180도 정도 펴는 동작을 하되, 승모근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반복했다. 물론 이웃들이 탑승하면 절대 하지 않는다. 운동하는 김에 운동한다고 하체운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체운동에도 신경이 간다.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그런 구분을 하지 않는다.


마음 챙김 명상에서는 내 몸과 마음에 순간순간 주의를 집중하는 일이 스스로를 살펴보고 관찰하며, 행복감을 느끼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읽었었다. 하루 중 온전히 나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순간이 얼마나 되나 헤아려보면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계단 오르기는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운동에 비해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완전히 내 몸에 대해 집중하며,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불편한지 어슴프레 알아챌 수 있다. 또한 나의 마음에 마음에 주의를 집중하며 혹여 마음이 불편하거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게 된다.


여름에는 비교적 빨리 땀이 난다. 겨울에는 3세트 정도 해야 땀이 난다. 땀을 흘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편으로 축축해지는 옷과 수건의 느낌도 있지만 땀을 흘릴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하프 마라톤을 뛸 때, 15킬로미터 지나는 지점에서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왔었다. 10번을 완주했는데, 그런 느낌이 매번 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면서 땀이 흐르면 매번 기분이 좋아진다. 낮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쉽게 잊을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고마운 땀이다.


허리와 무릎 통증 여기에 가끔 출현하는 신장결석으로 인해 통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에 대한 서적을 읽게 되었다. 2004년 이사 온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세 군데나 있다. 각 도서관마다 보유한 책들의 성격이 다르다. 도서관을 옮겨 다니며, 신간으로 온 책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 후 몇 권을 집는데, 건강/음악/예술과 관련된 책들을 주로 보게 된다. 도서관은 집중이 잘되는 곳이고 비슷한 유형의 책을 보다 보면 속독을 할 수 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알찬 독서를 할 수 있다.


박창근의 <발은 제2의 심장이다>라는 책은 비교적 쉽게 끝까지 읽혔었다. 그리고 핵심 메시지를 꺼냈는데 이 기억이 아주 오래 지속되었다. '피를 순환시켜 온 몸으로 내보내는 것은 심장의 역할이지만 회수하는 것은 발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발을 혹사시키되 잘 관리하라'는 메시지였고 이 메시지에 충실하고자 노력해왔다. 걷고 뛰고 산을 오르는 일들이 발을 통해 심장 건강을 유지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계단 오르기 역시 발과 심장을 연결해주는 운동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오른다.

(10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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