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상상력을 펼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그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업방식을 밀고 나가면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다. 정부지원금을 받게 되면, 그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게 된다. 끊임없이 관리하려 하고 수시로 보고자료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행사를 요구한다.
둘째, 투자를 받지 않는다. 정부지원금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받게 되면 투자자의 간섭을 받게 된다. 간섭은 수익과 연결해서 끊임없이 옥죄어 들어오게 된다. 자유롭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어렵다.
셋째, 은행의 대출을 받지 않는다. 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와 원금 갚을 생각에 작업의 가치보다는 수익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거꾸로 작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7. 자연자원의 활용과 재활용
그래서 돈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시간 나는 대로 끊임없이 땅 작업을 한 결과, 80군데 연못을 조성했다. 물이 없는 곳에 물을 대는 데는 돈이 필요하나, 하늘과 직거래 방식을 택했다는 그의 방식으로는 돈이 들지 않는다.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나무들은 여러 군데서 기증을 받았다. 때로는 탐라 공화국 조성 방식에 대한 비밀을 공개하는 조건으로, 때로는 디자인 컨설팅을 직접 해주면서 기증받았다고 한다. 강 대표는 강 대표만의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이 있다. 황무지 탐라 공화국은 열정에 들뜬 청년들(강 대표도 청년으로 보인다)의 몸을 던지는 노력과 기증받은 꽃과 나무로 채워졌다.
또한 도서관과 노자 기념관의 책들은 헌책 기증을 통해 꾸몄다. 헌책이 가진 눈부신 가치는 세월이 오래된 책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그렇게 기증받은 책들이 30만 권이나 되었다. <헌책에 빨대를 꽂아라>, <책 속에서 길을 묻고 책 밖에서 길을 낸다>, <Read Books, Lead Books>, <못쓰면 쓰레기, 더으면 쓸 얘기>, <배우고 익히고 살리고 나누고>, <배운 책 버릴 책 백 년 후 책 보물>.... 아 얼마나 멋진 말들인가! 의미가 그대로 전달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라 공화국만의 방식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이벤트를 벌이고, 그렇게 해서 헌 책은 다시 새로운 쓰임을 받고 있었다. 책 소중한 것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8. 남이섬의 실험
처음 남이섬의 운영을 부탁받았을 때 남이섬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대표를 맡으면서 조건으로 단 것은 월급은 100원만 받고 대신 일체의 운영에 대한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눈부시다. 년 평균 3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만들었다. 탐라 공화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들의 상당 부분 남이섬 운영 때 했던 작업방식이다. 자원의 재활용과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띈다.
그가 도입한 몰상식의 세 가지 원칙은 우선, 기존 남이섬의 유원지 개념은 관광지 개념으로 바꾸고 둘째, 소음은 리듬으로 바꾸고 셋째, 경치는 운치로 바꾸자고 했다. 또 다른 몰상식으로 남이섬에 나라 개념을 도입했다.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찍겠다고, 정보통신부 우체국도 만들겠다고, 국방부와 경찰도 만들겠다고, 여관은 호텔로 바꾸겠다고, 나라마다 대사관을 만들겠다고.... 몰상식하면 욕도 먹고 위험하며 실패하기도 한다. 그런데 설박 한 사람은 두려워 머뭇거리지 않는다. 살려면 덤벼야 한다. 그러니 몰상식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이런 상상 놀이에 지방자치 단체들이 하나둘씩 참여하기 시작했다.
@9. 사람을 남긴다는 것
어느덧 강 대표의 메시지는 결론을 향하고 있었다. "돈을 먼저 품지 말고, 사람을 남긴다고 생각해야 한다. 세상을 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은 하나마나한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겉 다르고 속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던 터에 그의 진심을 담은 메시지는 강렬하게 와닿는다. 위대한 투자자들도 대부분 사람에 집중하라고 가르치는데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당장 이익이나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들만이 가 닿을 수 있는 경지에 그는 우뚝 서있다.
일을 함에 있어서 '잘되면 누가 배 아플까'와 '잘되면 누가 좋아할까'를 같이 생각한다고 하신다. 그것이 일을 하는 방향을 정해주고 또 같이 일할 사람들이 되며,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된다고 한다. 이 메시지들도 모두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메시지다. 늘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많은 기회가 있다"라고 말한다. 최악의 상태를 늘 가정한다. 모든 건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아 그의 자유가 느껴진다.
"사람은 자유로워야 한다. 특히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 여기저기 끌려다니지 말고 자신이 만든 삶의 가치 속에서 폼생폼사 해야 한다. 남들이 아파하는 것을 나는 해결할 수 없다. 대신 이렇게 판을 벌려 아픈 사람들이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바로 긍정 에너지다. 긍정 에너지만 충만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오늘 걱정이 없으면 내일은 문제가 없다.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이지 뭐"
강 대표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직선적이면서도 곡선의 여유가 담겨있다. 그건 그가 만들고 실천해낸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을 내가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된다. 노자의 삶을 닮은 사람이면서도 노자의 메시지보다 쉽게 자신의 지향성과 사람과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무한 긍정 에너지와 축적된 시간과 경험, 그리고 53살에 머물고 있는 정신적 젊음, 거리낄 것 없는 상상....
하도 궁금해서 질문을 드렸다. "그 자유로운 상상과 삶의 방식이 과연 지금까지 버텨온 동력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사회의 날카로운 칸막이들이 그냥 둘리 없었을 텐데요?"
"저는 편견과 선입견에 물들지 않는 세월을 살아온 덕분이다. 상업고등학교를 나와서 미대로 진학하는 동안 보편적 상식 혹은 제도권에서 말하는 생각들 혹은 주류 문화와는 섞일 기회가 없어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방식으로 디자인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신뢰를 얹어주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축적된 시간의 흐름이 강 대표의 모습과 그가 직원들과 함께 만든 탐라 공화국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그의 메시지를 좀 더 찬찬히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