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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May 04. 2022

세 가지 보물

@1. 125세 프로그램


타인과 인연에 관해, 사소한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일로 맺어진 관계는 일이 소멸되면 만나게 되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나는 운 좋게도 이런 흐름과 상관없이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순전히 나의 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6년 전 교수님을 뵈었을 때 인공지능과 노화를 1년 넘게 집중적으로 공부하시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이 125세라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하셨다고 했다. 125세가 된 어느 날 햇살이 비치는 툇마루에 앉아있다가 증손자에게 배게 좀 갖다주라고 하고는 햇살이 비치는 툇마루에서 자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시나리오가 인간에 내재된 프로그램이라고 하셨다. 외갓집 툇마루로 내리비치던 햇살이 생각났다. 다만, 그 기대수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셨다. 일본의 다나카 가네 할머니는 119세까지 생존하셨다.


@2. 청년에 관하여


4월 하늘이 이렇게나 맑고 구름도 너무 선명하다. 몇 년만의 만남에 날씨의 축복이 더해지니 왠지 설렌다. 올해 6학년 1반이 되셨다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은 물리학에서 출발해서 전자공학을 거쳐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계신다. 최근에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셨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누가 6학년이 되어서까지 이렇게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교수님의 에너지는 차고 넘친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결과를 이루어내신 교수님의 해맑은 얼굴은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한다. 청년의 에너지다. 청년은 나이 제한이 없다. 벽산그룹을 1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킨 김재우 회장은 "내가 60세이지만 20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20세인 거고, 내가 20세이지만 60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60세"라고 말씀하신 그 메시지가 선명하다.



@3. 첫 번째 보물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세 가지 선물을 받았다. 첫 번째는 최근에 처음으로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하셨다고 하신다. 그동안은 바쁘게 살고 뭐 여러 가지 일들을 일들 하느라고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인생의 목표를 120세까지 사는 것으로 잡으셨다고 하신다. 나도 인생의 목표가 있었나 좀 생각을 해 보면 그냥 요즘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 즐기고, 느끼는 정도로 생각을 했지, 인생의 목표까지 생각하지 못했었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는 <늙어가는 존재의 미학>이라는 강의에서 '이따 거기'를 '지금 여기로 가져와서 어떻게'라는 화두를 던졌다. 늙어 간다는 것은 우리가 80세나 90세가 되는 시점을 생각해보고 거기서 머물지 않고 그걸 지금 여기로 가져와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따 거기>는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지지만, <이따 거기>를  <지금 여기>로 가져온다는 것이 어떤 건지 그리고 그걸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것이 최근 가장 중요한 숙제였는데, 오늘 나는 그 숙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보물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거다. 선향 영향력을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잡문을 쓰면서 하루하루 사는 걸 목표로 생각했는데 변경해야겠다. 교수님은 요즘 새벽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하신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가 영원히 잠드는 것이 또한 목표라고 하셨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또한 내가 캐야 할 보물이 되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4. 두 번째 보물


두 번째 보물은 노동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노동시장의 변화는, 근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줄어드는 시간만큼을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양질의 노동을 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많이 가질 거라는 낭만적인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아주 냉정한 현실적 그림을 보여 주셨다. 10년 뒤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상당히 많이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생산성이 인공 지능이나 로봇의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산수단은 몸인데, 인공지능과 로봇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10년 뒤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일을 일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신다. 말씀을 듣고 보니 내가 그리고 있던 낭만적인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뒤 가치 있는 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뒤를 대비하자는 말씀이 아니라 지금 일하고 있는이 노동 자체가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발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10년 뒤에 연봉 2억 이상을 주고 사야 될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걸 지금 여기로 대입해서 크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정년을 7년 남겨두고,  이제 슬슬 정리를 좀 해 볼까 나도 좀 놀 거야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단번에 잠재워 주셨다. 물론 아이들한테 철없는 아빠라고 야단도 맞았지만, 그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가진 일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이 보물은 오래오래 간직해야 할 것 같다.



@5. 세 번째 보물


세 번째 보물은 이 세상에 돌아가는 전체적인 흐름에 관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그리고 구글이 투자하고 있는 칼리코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하나같이 우주개발에 도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노화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투자하고 있다. 이 세력들이 하고 있는 일에 주목해보자는 것이다. 인류사회의 엄청난 자본을 집중시켜서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는 통찰이다.


우주개발의 경우, 그동안 이것을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국가에서 추진했었는데, 투자에 비해 그만큼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개발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에 반해 테슬라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우주선과 화성까지 짐과 사람을 싣고 갈 수 있는 규모의 우주선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놀라운 속도와 결과이다.


최근 나는 텔로미어에 대해 공부하면서 노화가 더 이상 자연현상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의학계의 연구 흐름을 알게 되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애플의 아서 레빈슨은 너화 및 관련 질병 퇴치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연구 개발 생명 공학 회사인 칼리코(California Life Company : Calico) 프로젝트에 관여를 하고 있고 구글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구글 벤처스의 수장인 Bill Maris가 설립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역시 인간 노화 과정을 막기 위한 의약품을 연구하는 Unity Biotechology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노화 역시 인류 전체의 과제라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된다. 물론 노화 과정을 늦추게 된다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류 사회 전체 자본을 몇몇 테크 기업에 집중하여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도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흐름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찰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현상을 설명하거나 부분적으로 의미를 헤아리는 생각은 늘 봐왔지만 이런 통찰은 처음 들었다. 세 번째 보물은 세상에 돌아가는 흐름과 그 원리, 세력과 힘이 나의 일상생활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흐름을 포착하고 이 흐름을 나의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들 컨디션이 좋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깊은 얘기를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교수님은 단순 명료하면서도 쉬운 방식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같이 참석한 친구와 나도 교수님의 말씀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세 가지 보물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할 주제다. 가끔 문자를 보내는 후배가 좋아하는 말을 나도 좋아한다. <감동과 기적의 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말은 오늘 같은 날 해당된다. 오늘처럼 일상 속에서 늘 감동과 기적의 순간을 발견하고 캐내게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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