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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Aug 21. 2022

살아있음의 기적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발견된 은하수의 개수는 대략 1 조개라고 한다. 은하수가 그렇게 많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우리 은하와 비슷한 모양의 은하수를 6개월간에 걸쳐 촬영한 사진이 안드로메다 은하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길이가 대략 22만 광년, 우리 은하의 길이는 대략 10만 광년이다. 두께는 27,700광년이라고 한다. 막대형 나선은하라고 하니 나선은하라는 점에서 안드로메다 은하와 비슷하다. 우리 은하만 생각해도 그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은하의 중심에서 태양계까지의 거리는 대략 2만 8천 광년이다. 이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지각 범위와 상상을 뛰어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1억 5천만 km, 빛의 속도로는 8분 33초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럽행 비행기의 속도로 계산해보았다. 시속 900km로 날아가면 대략 19년이 걸린다. 이 좁은 땅 위에 있는 내가 19년을 날아가는 거리를 지각하기란 대단히 어렵지만, 그래도 은하수나 우주의 넓이보다는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이 우주 속에서 내가 지금 여기 이 공간에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내가 지금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어렸을 적 내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늘 궁금했으나, 부모님은 내가 어려서인지 제대로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어머님과 아버님이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알게 되었다. 두 분이 만나 결혼하고 나를 낳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해보았다.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또래의 어른들 중 두 분이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또 두 분이 만나서 나를 낳을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득하고 가물가물하다. 그 어머님과 아버님을 낳기까지 외조부모와 조부모의 인연을 생각해보았다. 시간상 내가 태어날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보고 듣고 맛보는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는 모르지만 내 몸을 이루는 대부분의 구성요소와 기능들이 모두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은 안다. 그 시간은 대체로 20억 년을 넘는다고 한다. 그 진화의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희생의 무덤 위에서 내가 태어나고 자랐다고 생각하니 시간상으로도 내가 위치한 지점은 기적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에 대해 감사하는 것 외에 내가 이 기적을 대하는 방식을 잘 모르겠다. 부모님, 가족, 형제, 이웃들의 존재는 거룩한 기적이다. 하루하루 기적을 대하고 산다는 점을 늘 잊지 않는다면 굳이 다른 곳에서 행복을 갈망할 필요가 있겠는가?




평생을 신체적인 고통과 고독 속에 살았던 니체는 춤출 듯이 즐겁고 설렘 가득한 하루를 보내지 않았다면 네 인생에서 없는 시간으로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다. 힘들수록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삶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삶이 기적이라는 맥락과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더 기뻐하라.

사소한 일이라도 한껏 기뻐하라.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몸의 면역력도 강화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참지 말고 삼가지 말고 마음껏 기뻐하라.

웃어라. 싱글벙글 웃어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라.

기뻐하면 온갖 잡념을 잊을 수 있다.

타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도 옅어진다.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즐거워할 만큼 기뻐하라.

기뻐하라. 이 인생을 기뻐하라.

즐겁게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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