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굴이라니
굴은 더 말이 필요 없는 식재료다. 동물 계, 연체동물 문, 조개류 강이며 조간대(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을 말함. 해조류, 패류, 갑각류, 고둥류, 연체류, 식물, 조류 등 여러 생물이 서식하는 곳)의 바위가 서식장소다. 한자어로는 등으로 모려(牡蠣)·석화(石花) 표기한다. 자웅동체이지만 생식 시기에는 암수가 뚜렷하며, 웅성이 강해진 개체로 되었다가 다음에 자성이 개체로 되는 교대 성의 자웅동체라고 한다.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레몬의 비타민C는 Fe의 흡수를 돕고 타우린의 손실을 예방하므로 생굴에 레몬즙을 뿌려먹으면 좋다. 철분 외에 구리도 함유되어있어 빈혈 예방에 좋고 타우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내리거나 혈압 저하 작용에도 도움이 된다. 니아신, 단백질, 레티놀, 베타카로틴, 비타민 A, 비타민 B1,2,6, 비타민 C, E, 아연, 엽산, 인, 지질, 철분, 칼륨, 칼슘 등의 영양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대전 출장은 너무 오랜만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혁신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다가 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역에 도착하기 전에 일행을 대신해서 음식점을 검색했다. 대전역 근처에도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 많았다. 굴 전문 식당을 포착했다. 굴은 서늘한 계절이 제철인데 여름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더운 가을에. 역 근처에서 맛집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잠시 왔다가는 손님을 위해 정성 담긴 음식을 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그 유혹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굴이라니!! 그리고 역 근처라니!! 이 더운 날씨에... 그 의문은 가게 간판 아래 써놓은 글을 보고 곧바로 이해되었다.
12시 5분 전, 겨우 한 테이블을 잡고 나니 바로 뒤 손님들을 대기한다. 식당 안의 풍경중 제일 먼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하나같이 밝은 걸 보니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주방은 트여있고 깔끔했다. 콩나물국 한 그릇을 들이켜고 나니 입안이 정리 정돈된다. 굴 부침에는 부추와 다른 채소들이 굴과 잘 어울려있다. 네 명이 여섯 가지 메뉴를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계속 물어본다. 정말 이렇게 주문한 거냐고. 왜 그랬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굴돌 솥밥 양이 장난 아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몸에 좋은 굴을 재료로 하는데 다른 식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 좋은 쌀로 만든 돌솥밥임을 금방 알아챈다. 전주 만수 식당에서 먹었던 돌솥밥을 떠올렸다. 쌀알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다. 콩나물과 부추와 굴과 버섯을 섞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 더 이상 양념이 필요 없다. 끝까지 그 맛이 유지되어서 하마터면 솥 바닥 안으로 들어갈 뻔했다. 태우지 않고 알맞게 익은 눌은밥은 아삭한 탱글한 맛을 선사한다. 돌솥 자체도 좋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온도를 적당히 맞춰내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 온도가 온전히 유지되게 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돌솥밥은 계속 먹으라고 나를 유혹했고 기꺼이 그 유혹에 넘어갔다.
매생이와 굴의 조합이 경이로운 매생이 굴국을 사이드 메뉴로 주문하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시원한 국물과 뜨거운 매생이, 고소한 굴의 조합 앞에 뭐 다른 말이 필요할까? 다만 나는 과식만을 걱정했다. 급속 냉동한 굴에서 배어 나오는 싱싱함을 접하고 나니 여름에도 굴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