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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Jul 09. 2023

근력운동 제대로 시작하다

@1. 새벽운동


새벽 5시 30분 아무도 없는 헬스장의 불을 켠다. 대학 다닐 때 어느 선배가 권했던 신입생이 꼭 해봐야 할 세 가지가 생각난다. 첫째, 책을 백권 읽고 둘째, 미팅을 열 번 이상 하고, 셋째, 도서관의 불을 켜는 것. 나는 이 세 가지 모두 다 못했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은 도서관의 불을 처음 켜는 일이었다. 오늘 헬스장의 불을 켜면서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어제 밤늦게 땀 흘린 사람들의 온기가 가시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덜 외롭게 한다. 혼자 있는 적막감을 털어내고자 Mark Knopfler의 음악을 틀어놓았다. 오늘도 성능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은 실패했다. 왜 유튜브도 보고 사용법도 봤는데 연결이 안 되는 걸까? 스마트폰 스피커의 성능이 좋은지 잘 몰랐는데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청력보호를 위해 크게 듣던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

@2. 덤벨 스쾃 - 무릎에 기름칠하기


2011년 오른 무릎 후방십자인대 파열사고와 뒤이은 병원의 진단 그리고 수술의 권유까지는 직선의 흐름이었다. 다만 거기서 내가 수술을 선택하지 않아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평생 이렇게 통증을 느끼다가 어느 날 다리를 못쓰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에디슨은 여행을 좋아했다. 그런 그도 다리가 불편해져서 말년에는 휠체어를 타고 테슬라와 여행을 다녔다. 물론 힘들게 되면 적응하고 살아야겠지만, 그 상상까지는 아직 가고 싶지 않다.


스쾃이 좋은 운동인 줄은 잘 알지만, 매일 아침 하게 되지는 않았다. 어쩌다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했지 이렇게 오늘처럼 목적의식을 가지고 운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프지 않고 견디고 잘 사용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다. 나의 의지도 의지이지만, 이 운동을 매일 지속하려면 끈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올바로 해야 한다. PT지도를 받으며 올바른 자세를 익히기 시작해서 그런지 통증 없이 스퀘드를 할 수 있다. 15회 4세트 무리하지 않고 완전히 주저앉지 않고 가볍게 몸이 허락하는 경계선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무릎에 열이 생기고 힘이 축적됨을 느낀다.


@3. 하체와 상체의 균형 맞추기


PT를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게에 대한 욕심은 위험하다. 무거운 걸 잘 들어 올리거나 당긴다고 해서 근육이 잘 잡히고 잘 형성되지 않는다. 올바른 자세를 잡는 것이 먼저다. 의욕이 앞서다가 허리를 다치거나 무릎을 다치면 운동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작은 것을 잡으려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했던가? 운동만이 아니라 일상사 모든 일이 이와 같은 함정이 있음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특히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얼마나 많이 실망했던가? 자기 계발과 공부라는 영역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실패를 거듭했던가? 차근차근 하나씩 자세와 기초를 다지는 것에서 출발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무게를 허벅지로 들어 올리는 Leg Extension을 처음 접하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 하체의 운동수행능력이 높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 하체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늘은 그런 자신감을 던져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가볍게 무게를 설정하고 자세에 집중한다. 특히 안쪽 허벅지 근육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허벅지 전체에 무게가 걸리도록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트레이너님의 메시지를 계속 생각한다. 매 순간 동작을 하면서도 곧잘 그런 메시지를 잊곤 한다. 그러다가 몇 회를 거듭하며 갑자기 생각나기도 한다. 사람이 어떤 일을 꾸준히 유지하고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첫 세트가 끝나고 그냥 기다리기 뭣해서 렛풀다운 머신으로 이동한다. 무게를 30킬로그램에 놓고 출발한다. 허벅지를 완전히 밀착하고 바가 수직으로 떨어져 윗가슴에 닿는 선과 팔꿈치로 당길 때 팔꿈치가 뒤로 당겨지지 않도록 수평을 유지한다. 시선은 너무 위를 쳐다보지 않고 적당히 턱을 당겨 정면 약간 위를 본다. 아주 오래전 헬스장에서 혼자 이 기구를 사용했을 때 상각이 문득 난다. 무게를 잔뜩 올리고 그냥 힘으로 당기다 보면 금방 근육에 과부하가 오고 근육통으로 며칠 앓고 나서는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은 수많은 날들을 헤아려본다. 올바른 자세로 운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한 세트를 마치고 다시 레그 익스텐션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하며 하체와 상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선에서 각각 네 세트를 마무리한다.


@4. 무게를 받아들이는 플랫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무게를 친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무게가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그 느낌이 새롭다. 더구나 아무도 없는 적막 속에서 나와 무게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수많은 근육을 구성하는 세포들과 근육들의 움직임 속에서 나는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간다. 그동안은 밖으로 향했던 시선이 내 몸 안으로 향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몸으로 확인하는 이 시간들이 꿈만 같다.


유산소 운동은 견디는 부하가 높지 않고 지속적인 호흡을 통해 밖과 안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면, 부하가 걸리는 근육운동은 호흡을 잠시 절제하고 몸이 견딜 수 있는 최대치의 조건을 만들고 거기에 내 몸을 밀어붙이는 일을 지속한다.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자세가 잡히지 않았는데 무게를 올려 신체가 어긋나는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 내가 견딜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지점 그 지점을 지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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