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증과 함께 살아온 삶
20대 초반에 찾아온 척추디스크 통증은 나의 20대를 집어삼켜버렸다. 대학시절 내내 수업시간을 버티기 힘들어 때때로 티 나지 않게 소주를 한 병 정도 먹고 들어갔던 적이 다반사였다. 평균 수업일수는 반을 채우지 못했다. 통증에서 놓여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고 암울한 생각으로 버텼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나는 통증과는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사회적 인식과 의술의 영역에서 디스크는 불치의 병처럼 여겨져서 그 자체가 나를 짓누르는 스트레스가 되었다.
취직을 하고 나서도 허리 통증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특히 사회 초년시절 선배들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당했던 그 황당한 스트레스가 허리 통증을 배가시켰다. 오직 술만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허리통증으로 양말을 신을 수 없어 아이들에게 부탁을 하고 출근길을 나서다가 문득 생각했다. 통증과 나를 구분 짓는 이 지긋지긋한 싸움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건 바로 그 통증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삼는 것이다. 일 년 내내 통증이 오는 것이 아니라 왔다가 사라진다. 운 좋을 때는 일주일, 운나쁘면 두 달도 간다. 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통증이 오던 횟수와 통증일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2. 어깨 통증과 무릎 통증
지난 한 달간 최코치님으로부터 PT를 7회 받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맨몸 스쾃, 덤벨 스쾃, 기구를 이용한 스쾃. 그리고 바벨을 들어 올리고 기구를 들어 올리고 랫풀다운의 자세를 새롭게 배우면서 혼자 운동할 때, 무게를 점점 올리는 욕심을 부렸다. 그 부작용으로 왼 어깨 통증이 시작되었다. 바벨을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에서도 시키지도 않은 무게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적당하게 운동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통증은 일깨워준다.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는 12년 전 파열된 상태다. 그러니 무게에 신경 쓰기보다는 통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무게에 욕심을 부리며 통증이 깊어졌다.
@3. 통증에 적응하기
평일에는 6시 전에 눈을 떠 헬스장을 향했는데 오늘은 10시가 넘어 헬스장으로 향한다. 일요일인데도 PT를 받는 분이 계시다. 어깨통증을 줄이기 위해 스트레칭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상체의 긴장을 푸는 스트레칭과 팔을 돌리는 스트레칭을 통해 어깨 통증을 조금 줄이고, 몸 전체를 펴서 상체를 번갈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은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더 악화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스트레칭을 통해 내 몸의 수행능력을 정상적인 범위 안에 놓아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먼저 레그 익스텐션을 시행함에 있어 무게를 60킬로에서 50킬로로 줄였다. 허벅지 전체로 반원을 그리듯 천천히 12회 1세트를 시행한다. 오른 무릎 안쪽 깊은 곳에서 나오는 통증이 현재로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통증이 없다면 그대로 시행해도 된다. 그리고 덤벨 스쾃을 역시 30회 4세트에서 15회 4세트로 줄이고 엉덩이와 무릎의 각도를 45도 정도로 완만히 유지하며 1세트를 시행했다.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이러면 안심이다. 이렇게 각각 4회를 하고 나니 몸이 가뿐하다.
이번에는 랫풀다운을 하는데, 어제보다 10킬로를 줄인 30킬로로 12회 4세트를 시행한다. 마찬가지로 Low Row도 무게를 줄여 25킬로로 4회를 시행한다.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범위다. 어제 유튜브를 통해 학습한 내용도 도움이 된다. 부하를 적게 하고 오랫동안 운동하는 것이 부하를 높게 하고 짧게 하는 것보다 훨씬 운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하루 이틀 하고 관둘 운동이 아니다. 아들이 매일 술 먹는 아빠를 위해 걸어놓은 운동 약속이니 만큼 장기적을 생각하련다. 통증이 오면 통증과 맞설 일은 아니다. 통증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통증이 오지 않는 범위는 오직 나만 알 수 있다. 그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내 몸을 위한 운동을 할 수 있다.
레크 컬 기구 역시 무게를 31킬로로 대폭 낮춰 12회 4세트를 시행한다. 미세한 통증이 왔다가 사라지는 느낌이 처음에 있었지만 후반부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무릎 외전근을 강화시키는 운동은 오늘 새롭게 추가한다. 뭔가 얇긴 하지만 갑옷을 무릎에 장착하는 느낌이다. 운동이 몸에 전달되는 느낌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내 몸이 원하는 것과 내 몸이 할 수 있는 것, 그 높낮이를 가늠해 본다. 점점 더 매력적인 곳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헬스장이 내 놀이터가 된 기분을 한껏 느낀다. 어깨 통증과 무릎 통증이 완화된 상태, 어제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상태를 확인하고 집으로 간다.
몸이 수용하는 선과 범위가 어디인지 아는 현명함이, 몸의 밸런스를 잡고 뭔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