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헬스장 출근길
아침 5시 20분 눈을 떴다. 근력운동을 하러 가는 건 당연한데 그 타이밍이 문제다. 몸을 풀 겸 남은 잠을 해소할 겸 뒹굴거린다.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다. 창밖에 빗소리가 점점 굵어진다. 예전에 계단을 오를 때는 밖의 날씨는 상관없었는데, 헬스장까지 가는 길이 약간은 멀어 보인다. 비가 점점 그치며 조용해진 6시 20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컴컴한 헬스장 전등 스위치를 켜면서 상쾌한 기분이 밀려온다. 어깨 통증과 무릎 통증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배운 자세들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기억한다.
@2. 몸을 깨우는 스트레칭
엎드린 상태에서 한 발을 가져온 뒤 팔을 굽혔다가 위로 활짝 뻗어 가슴을 여는 이 동작은 매번 할 때마다 힘들다. 그러니까 하기 싫어진다. 이 동작을 생략하면 상체 근육운동할 때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해야 한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이 운동인가? 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게 운동인데 왜 스트레칭은 하기 싫은 걸까? 재미없고 지루해서 그런 건가? 몸이 서서히 깨어나는 효과를 보고 나서야 스트레칭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팔을 밖으로 펼쳐 가슴을 여는 동작으로 약간의 유연성을 확보한다. 왼팔과 오른팔을 돌리는 동작은 태극권 기본 체조에서 배운 동작이다. 10여분 동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나니 더운 열기가 서서히 올라온다.
@3. 다섯 가지 조합
무릎 통증을 억제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육은 대퇴사두근이다. 레그 익스텐션은 허벅지 위쪽 근육을 레그 컬은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동안 레그익스텐션을 하면서 발목의 위치를 조정하는 레버를 이용하지 않다고 오늘은 제대로 세팅했다. 다리 전체와 허벅지에 가해지는 자극이 훨씬 다르다. 다리를 올릴 때 차지 않고 뒤꿈치로 반원을 그리듯이 완만한 동작을 취한다. 무게를 50킬로로 낮췄다. 무릎 통증을 느끼지 않으니 한결 편안하다. 무게가 아니라 올바른 자세와 지속적 수행능력이 중요하다.
5킬로그램 덤벨 스쾃을 시행한다. 오늘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정자세를 자세를 유지하면서 지면을 밀어내는 느낌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전혀 새로운 느낌이 전해오는 감동과 함께 운동이라는 건 매일매일 할 때마다 느낌이 완전히 다른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엄지발가락에 집중하면서 지면 반발력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반이 열리는 느낌을 한 세트 15회 하면서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도 내 몸에 대한 관전포인트다. 나와의 게임이다. 제대로 된 자세로 나에게 고도로 집중하면서 정확하게 동작을 수행하느냐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게임이다. 나와의 게임.
Low Row를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하면서 노를 젓는 느낌보다는 그냥 겨우 겨우 당기기만 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노를 젓는 느낌이 나비 손잡이를 통해 팔꿈치와 어깨에 전해져 온다. 오직 팔꿈치만 완만하게 천천히 당기고 다시 풀면서 노 젓는 뱃사공을 떠올린다. 운동하면서 상상이 만들어낸 그림들이 재미있어서 혼자 웃는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법한데 여기는 오직 나 혼자다. 올바른 자세로 시행할 때, 25킬로의 무게가 적당하지 않고 부하가 몸전체에 전달됨을 느낀다.
Lat Pull Down 역시 어깨 통증 이후 무게를 30킬로에 맞춘다. 그동안 가슴으로 수직낙하하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가슴 중앙으로 서서히 끌어당기는 느낌을 확인한다.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를 확인한다. 끌어당기고 푸는 동작 가운데 무게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무게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코치님의 멘션을 되새겨 본다. PT를 받는 순간에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시행할 수는 없지만, 내가 혼자 반복 연습을 할 때 이 메시지들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여유가 생긴 것일까? 왼 팔꿈치와 오른 팔꿈치가 서로 균형 있게 내려오고 올라가는지 체크해 보게 된다. 이 또한 오늘 처음 발견했다. 무게를 얼마나 더 당기느냐 보다도 이게 훨씬 중요하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당기는 속도와 놓는 속도가 일정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당길 때 빨리 당기고 늦추고 이러는 게 아니라 그 속도가 똑같도록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Out Thigh는 아직 사용법을 배우지 못했다. 무릎 외전근 강화와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 두 번째로 시행해 본다.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다. 무릎에 얇은 보호막을 장착하는 느낌이다. 이런 미세한 느낌이 몸을 기분 좋게 한다. 지난 한 주 동안 최악의 무릎통증을 겪으면서 의기소침해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 50킬로로 시행했는데 겨우 한 세트를 채우고 나서는 45킬로로 낮췄다. 무릎 통증을 완화하는데 최적인 기구 하나를 더 발견한 셈이다. 최 코치님 만나면 다음번에는 사용법을 제대로 익혀봐야겠다.
레그 익스텐션 세 번째 세트에서 오른쪽 무릎 안쪽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 3세트 과정에서 미세한 통증이 느껴져서 4세트는 무게를 10킬로를 더 줄여서 40킬로를 하고 한 5-6회 정도에 통증이 있다가 7-8회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졌다. 내친김에 20회까지 하고 마무리를 했다. 어마어마하게 상쾌한 느낌이 밀려온다.
스쾃 프레스에 걸린 추 무게가 30킬로그램 정도다. 지난번에 스쾃 프레스를 하며 통증을 느껴서 그동안 자제했는데 가벼운 무게라면 무리가 가지 않을 거래 생각했다. 누웠다가 일어나기 귀찮고 리듬과 흐름 및 적절한 부하가 좋아 50회를 진행했다. 지면 반발이 아니라 무게를 공중에 걸어놓고 밀어내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운동과 상상력의 상호관계, 나만의 게임뿐만 아니라 이 무릎통증을 반드시 내가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50회 안에 담았다. 오늘 구성은 정말 몸에 무리도 없고 괜찮은 것 같아 당분간 이 구성대로 매일매일 해야겠다.
보디빌딩이란 몸을 조각처럼 만들어서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 몸이 건강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즉 내 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거나 으시하려는 건 아니다. 내 몸 안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깨우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사용하며 몸 전체에 각성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보디빌딩의 출발점일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즐겁고 힘들며 땀 찬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너무 좋다. 몸이 각성된 상태의 아침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고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