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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Sep 02. 2023

겁나 시원한 동치미 국물 맛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젖은 몸이 곧바로 회복되고 나니 시장기가 밀려온다. 어젯밤에는 선선한 바람도 불었지만, 한낮의 더위는 아직 물러갈 기세가 아니다. 새로운 음식점을 만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맛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새로운 맛을 만날 수 없다. 아무리 검색시스템이 좋아지고 평점 체계가 작동한다고 해도 맛은 내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 더운 날은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한 메밀 막국수가 제일 먹고 싶어 진다. 이왕 찾아 나선 김에 동치미에 대해 알아보고 놀란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제대로 알면 알수록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를 주재료로 만든 김치가 빨간 배추김치보다 최소 4배 이상 역사가 오래됐다고 하는 대목은 처음 접한다. 배추와 무의 도입연도를 보니 이해가 된다. 배추는 1900년대에야 들어온 반면, 동치미는 고려 시대에 이미 기록이 확인되기 때문에 현재의 배추김치보다 그 역사가 훨씬 길어서 김치의 근간이라고 한다. 동치미 국물은 언제나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특유의 약간 시큼하면서도 시원하고 뒤끝이 깔끔한 그 맛!!



물과 비빔막국수를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다행히 일행들은 사이드를 즐길 줄 아는 분들이라 모두 물막국수를 주문하고, 비빔막국수와 왠지 맛있어 보이는 만둣국을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다. 특이하다 막국수집에서 만두라니 더구나 만둣국이라니!! 육수베이스의 만둣국 국물은 온기를 온몸으로 보내준다. 비를 맞아 굳어진 몸 구석구석 세포들이 생기를 찾는 것만 같다. 만두는 그 모양이 아담하고 먹음직스럽다. 동그랗게 빚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만두국물에 계속 손이 간다. 사이드 메뉴라 먹는 영역이 정해져 있지만, 먹는 순간에는 그런 양보심 따위는 뒤로 미뤄둔다. 만두는 사이좋게 네 알 나왔으므로 국물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한 몫했다. 


물막국수를 먹기 전에 동치미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켠다. 간이 간간하고 맛이 은은해서 목 넘김이 쉽고 시원하다. 면은 순 메밀 100%로 보인다. 툭툭 끊기는 면발이 입안을 간지럽힌다. 양이 넉넉해서 일행 중 두 사람은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나야 당연히 메밀면을 좋아하니 완주하고도 아쉬움이 남는다. 비빔막국수에 따라 나오는 동치미국물을 다시 한 모금 먹는다. 묵혀 있으되, 묵힌 맛이 아니라 상큼하고 시원한 맛의 동치미 국물 맛이 겁나 시원하다. 메밀 면도 면이지만 이 가게의 시그니처는 동치미 국물이다. 비빔막국수는 칼칼한 맛의 여운을 남긴다. 왜 나는 메밀을 먹으면 과식을 하는 걸까? 메밀이 소화가 잘된다는 것 때문에 과식을 방치해도 된다는 것은 아닐터인데 말이다.


*메밀은 찬 성질이 있어 열을 식혀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배변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한다. 루틴 성분은 혈관 내 노폐물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능이 있고, 췌장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간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는 해독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코린과 비타민B는 알코올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뼈 생성에 도움을 주는 라이신, 시스틴,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은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는다. 아연, 마그네슘, 칼슘 등의 무기질 성분도 들어있다. 리그난 성분은 위장에서 동물성 리그난으로 전환되어 각종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눈건강에 좋은 루테인도 들어있다. 음식을 공부해 보면 대부분의 음식이 몸에 필수적으로 좋은 성분들을 많이 갖고 있다. 더위가 완전히 가기 전에 메밀을 더 자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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