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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Sep 15. 2023

피로를 날리는 완벽한 디저트 세트

1박2일 동안 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얘기꽃을 피우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다. 일상을 벗어나 서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번 돌아보되, 친구들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의 시선으로 친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친구들이 가진 삶의 무게와 의미가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새롭게 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당연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탓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 피로감을 해소시켜줄 음식은 디저트, 어떻게 구성해야 완벽한 세팅이 될까 ?

식사후에 먹는 간단한 음식인 디저트는 프랑스어로 '식사를 끝마치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간식과는 달리 입가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입가심을 제대로 해보려고 세종류를 주문한다. 오리지널 쿠키와 초코 쿠키, 팥빙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고난 뒤에 근력운동을 할 생각을 하면 먹는 행위 자체도 더더욱 즐거워진다.


초코 쿠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초코의 씁쓸한 단맛과 견과류를 오도독 씹는 맛을 같이 맛볼 수 있다. 아낌없이 재료를 넣어서 그런지 풍부한 맛의 세계로 가는 느낌이다. 한번 시작하니 멈출 수 없다. 단맛이 주는 쾌감에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보상작용을 느낀다. 팥빙수에 연유와 다른 시럽을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팥빙수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다. 팥과 얼음 그리고 콩가루가 만들어내는 하모니 속에서 동심원처럼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는 차가운 단맛을 제대로 음미한다. 단순함을 추구하되 그속에서 복잡 미묘하게 분수처럼 솟구치는 맛의 우물을 캐는 느낌이다. 쿠키와 팥빙수 한 숟갈 사이에 커피 한 모금을 장착해서 단맛이 식상하지 않도록 했다. 커피의 씁쓸한 고소함은 더욱 선명해지고, 쿠키의 부드러운 단맛과 팥빙수의 차가운 단맛을 번갈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맛과 맛이 교차하는 경계지점은 무너지고 서로 섞인다. 경계지점을 두고 날을 세우기보다 그냥 섞이는 것이 좋다. 섞이지만 각각은 더 명확히 입안에 맛으로 새겨진다. 이 즐거움을 음미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속도를 조절하며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음식이 귀했던 지난날 나를 위로해준 단맛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트렁크를 쌀 필요도, 표를 예매할 필요도 없다. 그저 눈만 감고 기억의 테이프를 풀면된다.  


아이스박스안 얼음이 들어간 노란 고무통 사이에 있던 하드(아이스 바)를 처음 건네받고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신비하면서도 시원한 단맛은 처음 나를 디저트의 세계로 안내했다. 옥수수차를 끓이고 난 뒤, 부풀려진 옥수수에 설탕을 얹어 달콤한 디저트로 먹던 기억, 더운 여름날 어머님께서 큼직하게 썰어놓은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주시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과 토마토의 상큼함, 아 그리고 큼직하게 덜 갈린 얼음덩이와 팥과 젤리가 들어간 팥빙수 ....




9월 늦더위와 1박2일의 피로를 씻어주는 완벽한 디저트. 내친 걸음에 이번에는 오리지널 쿠키를 추가로 주문했다. 쿠키의 부드러운 속살로 들어가는 느낌은 마치 미지의 동굴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다. 헨젤과 그레텔이 마주한 과자로 만든 집에 달린 쿠키^^^^.  단순히 겉밭 속촉으로 얘기할 수 없는 그 미묘한 경계들 사이에 그리고 거기에 맛이 존재한다. 맛은 어디에나 있지만, 지금 여기에서 내가 느끼는 맛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맛은 더 분명히 그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내가 맛을 느끼는 순간, 그동안 축적된 맛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새로운 맛을 잡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 쿠키가 나한테 가르쳐주는 맛의 오묘한 느낌을 온전히 즐기는 가운데 나른한 오후가 스치듯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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