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Jan 20. 2024

혼술의 즐거움

얼마나 오랜만인가? 

혼자 이렇게 맥주 한잔 시켜놓고 아이패드를 켰다. 

음식에 대한 얘기, 술에 대한 얘기, 세상 살아가는 얘기가 거기 다 묻어있다. 

다급하게 살아왔던 시간은 저만치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약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맥주 한잔을 마시고 마신만큼 비어있는 맥주잔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마실 맥주가 남아있고 씹어먹을 먹태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여유를 준다. 

주면 받아야 한다. 

지금 받지 않으면 다시는 못 받는다. 

줄 때 냉큼 받아 챙겨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감을 내가 받아야 한다. 

지금 받지 않으면 사라진다. 

사라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길이 여기 있다.

단숨에 한 잔을 비워냈다. 

구글 맵으로 압구정역을 찾아 헤매다가 그냥 택시를 잡았는데, 헐, 15분 만에 도착했다. 

마치 계돈을 탄 느낌이다. 

시간을 절약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쁨은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최상이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마시고 싶은 것을 마시며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 생각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온전히 나의 것이다. 

나에게 날것의 기쁨을 선사하는 이 일상 생태계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한한 그 노력과 무한한 그 정성 앞에 나는 즐김으로 대답하리라. 

제대로 즐김으로 대답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과 2024년 : 어제와 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