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랜만인가?
혼자 이렇게 맥주 한잔 시켜놓고 아이패드를 켰다.
음식에 대한 얘기, 술에 대한 얘기, 세상 살아가는 얘기가 거기 다 묻어있다.
다급하게 살아왔던 시간은 저만치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약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맥주 한잔을 마시고 마신만큼 비어있는 맥주잔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마실 맥주가 남아있고 씹어먹을 먹태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여유를 준다.
주면 받아야 한다.
지금 받지 않으면 다시는 못 받는다.
줄 때 냉큼 받아 챙겨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감을 내가 받아야 한다.
지금 받지 않으면 사라진다.
사라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길이 여기 있다.
단숨에 한 잔을 비워냈다.
구글 맵으로 압구정역을 찾아 헤매다가 그냥 택시를 잡았는데, 헐, 15분 만에 도착했다.
마치 계돈을 탄 느낌이다.
시간을 절약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쁨은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최상이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마시고 싶은 것을 마시며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 생각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온전히 나의 것이다.
나에게 날것의 기쁨을 선사하는 이 일상 생태계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한한 그 노력과 무한한 그 정성 앞에 나는 즐김으로 대답하리라.
제대로 즐김으로 대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