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예정된 2시 37분보다 조금 늦어 3시 프라하에 도착했다. 11년 전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잘 생각나지 않는다. 숙소가 역에서 가까워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지하도를 오가며 한참 헤매다가 찾았다. 아주 찾기 쉬운 곳이었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헤매게 된다. 정확한 게 중요한데 아직 정확한 것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 대출되겠거니 하는 얇은 마음이 늘 마음 한편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2주 정도 여러 사이트를 뒤지다가 우연히 찾은 숙소다. 제일 기준은 가격이 저렴한 곳이었는데, 뜻밖에도 Meet Beer라는 식당을 같이 발견했다. 게다가 세명 조식포함 가격이 하루 10만 원!! 이 정도면 괜찮을 거라면서도 많이 기대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가보니 동선은 말할 것도 없고, 숙소 상태도 너무 좋았다.
호텔 출입구에 3D프린터로 디자인된 사람모양의 파란 인형이 눈길을 끌었다. 이 친구가 이 호텔의 콘셉트를 알려준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큰 친구가 있었고, 조식 식당의 책장에도 블루맨 라이브러리 선반에도 있었다. 표정도 동작도 제각각이어서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들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재미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생각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이 인형의 이름은 blueman 아주 심플하게 재미있다. 리셉션에도 인테리어나 디자인 구도가 아주 앙증맞고,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잡을 만한 혁신적인 내용들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호텔방 키는 나무조각에 큐알코드를 새겨 넣었다. 키는 제대로 작동되었다. 호텔방 역시 독특한 감성이 묻어 있었는데, 벽에 Welcome in Praha 문구가 선명하다. 한 벽면 전체가 전철 아니면 트램 노선도였다. 천장에, 빨간 등 파란 등 노란 등 초록색 등 보라색 등등 다양한 색깔의 전등이 내려 비치고 있어서 아주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 원색을 눈여겨보고 옷을 고를 때에도 원색을 선호하는 내 기호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비엔나에서는 세 사람이 같이 묵을 때 짐을 정리하기 쉽지 않은데, 3단으로 된 사물함에 잠금장치까지 마련되어 있어 편리했다.
짐을 풀고 나서 곧바로 카를 교로 방향을 잡았다. 물론 어디를 들러 뭘 구경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계획없이 그냥 방향만 잡고 가는거 ! 이게 이번 여행의 컨셉이다. 뜻밖에 발견할 수 있는 골목, 바닥, 사람들, 음식들.....2018년 겨울 바르샤바와 크라쿠프로 여행 갔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구글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거나, 헤매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찾아가던 시대가 금방 지나가 버렸다. 기술발전의 혜택을 온 지구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
구 시가지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많았다. 천문시계탑에도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마침 오후 4시 직전이라 시계 종 울림과 동시에 창문으로 인형들이 자기를 바꾸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프라하 천문시계(Astronomical Clock)는 프라하 구시청사 남쪽 벽면에 설치된 중세 시대의 걸작으로 1410년에 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시계 중 하나이며, 여전히 작동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구가 중심에 있고 태양과 달의 위치 그리고 황도대와 24시간 체계로 우주의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매시 정각마다 12 사도의 인형들이 움직이며 퍼레이드를 한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인형이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허영과 탐욕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함께 움직인다. 이는 시간의 유한성을 강조한다. 지난번 방문했던 2011년 2월은 추운 계절이었고 관광객이 많지 않았었다. 지금은 10월로 가을의 절정을 향해가는 시기이다 보니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