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비엔나에 머물렀던 흔적들을 테이블 위에 소환했다. 공항에서 이동할 때 탔던 기차표, 궁전과 박물관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소환한 뒤 서둘러 날려버렸다. 앞으로 3일을 보낼 프라하로 간다. 일찍 일어났기에 한국에서처럼 프런트에 조식 뷔페 쿠폰을 사려했는데, 당일은 판매할 수 없다고 해서 약간 서운했다가 곧 이해되었다. 전날 수요를 확인해야 식재료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쌀쌀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호텔을 나선다.
두 달 전 도시 간 이동을 위해 예매 사이트를 여러 군데 찾아다녔다. Omio로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가는 교통수단을 검색했는데, 버스나 비행기보다는 열차가 나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Regiojet를 알게 되었는데 직접 해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가격도 괜찮았다. 일반석과 비즈니스석의 차이가 크지 않아 독립된 칸이 있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매했다. 레지오젯은 철도 및 버스 운송 체코 개인기업이다. 체코 사업가인 Radim Jančura가 소유한 회사다.
혹시 착오를 하거나 잘못 탈 수 있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 비엔나역에 도착했다. Regiojet사무실에 들러 온라인 티켓을 보여주니 출발시간 즈음에 플랫폼 표시가 뜬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2018년 12월 바르샤바에서 크라쿠프로 갈 때 열차티켓을 한국에서 미리 예매해 뒀는데, 출발전날 갑자기 이메일로 좌석이 사라져 버려 부랴부랴 역으로 가서 3명 중 1명만 좌석을 구하고 둘은 입석으로 갔던 황당한 일을 겪은 바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안심하고 아침 식사는 역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비엔나 시내에서도 보았던 Nordsee는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체인이다. 매콤한 참치 바게트는 가격 이상으로 괜찮았다. 바삭한 식감도 훌륭했다. 수프와 연어, 새우꼬치와 양배추를 먹으면서 문득 한국에도 이런 패스트푸드 가게가 있는지 생각해 보니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가볍지 않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사진에서 봤던 그림 그대로 객실과 좌석은 넓고 쾌적했다. 선반이 넉넉해서 트렁크를 모두 올리고도 공간이 남는다. 회전근개 파열된 어깨를 쓰면서 통증이 밀려온다. 내릴 때가 더 걱정된다. KTX특실보다 넓고 개인 사용공간도 아주 훌륭하다. 책을 읽다가 졸고, 글을 쓰다가 졸고.... 생각보다 4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산과 터널이 거의 없이 넓게 펼쳐진 들판을 보면서 농작물들의 축복을 받는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를 내릴 때 어깨통증을 알고 있는 가족들이 같이 도와줘서 이번에는 올릴 때보다 편하게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