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힘든 일정이 있을 것만 같더니 정말로 어려운 동작을 처음부터 배우게 되었다. 왼발을 얼굴만 한 크기의 볼에 올려놓고 단단히 힘을 주고 엉덩이를 들고 뻗는다. 이 상태에서 오른 무릎을 구부리고 두 팔을 깍지 껴서 오른 허벅지를 밀어낸다. 오른 허벅지는 몸 쪽으로 당긴다. 30초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종아리와 허벅지에서 시작된 자극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저절로 악 소리가 나면서 한 세트가 끝났다. 신기한 것은 이런 힘든 동작을 1-2분만 쉬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 왼 어깨 회전근개의 통증이 시작점인데, 몸 전체의 균형을 잡는 것과 통증을 내리는 것이 서로 관련성이 있다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코치님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한다.
세트를 거듭하면서 이 운동의 의미를 생각한다. 하체에 집중되지만 호흡을 안정적으로 잡아야 하고 코어근육들도 동참하고 있다. 게다가 둔근들도 모조리 사용하게 된다. 그동안 어깨통증으로 인해 무너진 균형이 다시 회복되는 느낌과 함께 몸 전체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등척성 운동과 등장성 운동(등장성 운동은 다시 신장성 운동과 단축성 운동으로 갈라진다)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스스로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등척성 운동이 얼마나 좋은지는 6년 전부터 접한 플랭크를 통해 체험해 왔다. 그게 등척성 운동인지는 몰랐다. 어깨를 다치기 전에 플랭크 앱을 깔고 7-8가지 동작을 대략 20분 정도 수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동작의 원리를 이해하고 운동하는 것과 비슷한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코치님과 대화를 하며, 동작의 원리를 이해하는 시간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운동이 왜 필요하고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머리로 이해하고 동작을 수행하며, 몸으로 이해하고, 수행을 마칠 때 몸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을 느낌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없이는 온전히 운동을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한 부위의 운동이 다른 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근육 세포단위는 아니더라도 느낌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근력운동의 기본 원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은 근육의 길이를 변화시키지 않고 근력을 발휘하는 운동 형태를 말한다. 관절의 움직임 없이 근육이 고정된 상태에서 힘을 내는 것으로, 근육의 수축 유형 중 하나이며, 근육이 일정한 길이를 유지하면서 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특정 자세를 유지하면서 근력을 발휘하므로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고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등척성 운동은 주로 특정 각도에서 근력을 강화한다.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근육이 긴장하므로 힘이 필요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므로, 부상 후 재활 운동으로 자주 사용된다. 나에게 당장 필요한 요소는 안정성인데, 등척성 운동은 안정성 증가를 통해 중심 근육(Core)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균형과 안정성이 향상된다. 회전근개 파열의 문제가 회전근개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은 이해했는데, 더 넓게 보면 몸 전체의 균형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허벅지에 잔뜩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Hip Thrust Machine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기구에 대해 언제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허벅지와 둔근에 긴장을 불어넣고 아래로 끝까지 내려갔다가 위로 올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무게가 40킬로도 아닌데 이렇게 힘이 들다니. 어떤 운동이건 첫 세트에서는 호흡 조절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호흡에 신경 쓰기보다는 올바르게 동작을 수행하는 것에 집중한다. 동작이 익숙해지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트부터 호흡 조절이 되고, 코어에 신경을 쓰자 조금 더 가벼워진다. 네 번째 세트에서는 무게를 57킬로까지 올려도 별 무리 없이 진행했다. 앞서 등척성 운동을 먼저 시행한 영향으로 잘 견뎌낼 수 있었다. 등척성 운동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아직 플랭크를 하기에는 어깨가 버텨주지 못할 것 같으니 좀 더 가벼운 운동을 찾아서 해야 하는데, 헬스장을 벗어나면 곧 잊어버리게 된다.
PT를 받으면서 공부할 거리를 코치님으로부터 얻었다. 근수축의 종류가 다르고 거기에 따른 운동의 종류와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몸에서 기능하는 근육이 대략 650가지나 되고 그 각각의 근육들이 제각기 역할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거대한 생태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