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증,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한 명의 팀장이 관리 가능한 팀원 수는 몇 명일까?
조직에서 리더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부하직원의 수인 '관리의 폭(Span of Control)'은 오랜 기간 흥미로운 토론 주제였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의미 있는 근거가 있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에 한계가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름과 얼굴을 매치(faces you can put names)할 수 있는 1,500명, 가끔 마주치는 지인(Acquaintances)은 500명,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활성 네트워크(Active Network)의 한계치인 '던바의 수(Dunbar's Number)' 150명,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신뢰 기반의 협력이 가능한 좋은 친구(Good Friends) 50명, 특별한 유대의 공감집단(Sympathy Group) 15명, 정서적, 재정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도움을 구하는 지지집단(Support Clique)은 5명이다.
흥미롭게도 인류는 이 사실을 이론이 등장하기 전부터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유지했던 로마군은 같은 천막을 사용하는 최소 전투 단위 '콘투베르니움(Contubernium)'을 8명으로 구성했다. 전장의 혼란 속에서 리더의 목소리와 시야가 닿을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바로 이 숫자에 담겨 있다. 현대 보병 분대가 8명에서 12명으로 운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천 년의 전쟁을 통해 얻은 경험이 오늘날 팀의 규모와도 다르지 않다.
이를 수치로 증명한 것이 관계 복잡성 이론의 창시자 그라이쿠나스(V.A. Graicunas)다. 그는 1933년 관리의 폭이 넓어질수록 상사가 관리해야 할 관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설명했다. 팀원이 4명이면 관리해야 할 잠재적 관계는 44개에 불과하지만, 5명이 되는 순간 100개가 된다. 10명이면 5,210개, 12명에 이르면 무려 24,708개에 달한다. 팀원 수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관계의 복잡성은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라이쿠나스는 리더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적합한 부하직원의 수를 5~6명으로 제시했다. 이후 영국의 경영학자 어윅(Lyndall Urwick)은 이 원리를 조직 설계에 적용했다. 업무 간 상호의존성이 높은 상위 관리자는 5~6명, 업무가 비교적 정형화된 현장 관리자는 8~12명까지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팀의 적정 인원을 12명 내외로 설정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이론과 실험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에서도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분석 기관 QSM의 연구에 따르면, 3~7명으로 구성된 팀은 9~20명 규모의 팀과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도 투입 노력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만든 '피자 두 판의 법칙(Two-Pizza Rule)'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이 원칙에 따라 팀 규모를 10명 이하로 유지하며 각 팀에 고유한 미션과 의사결정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2025년 갤럽(Gallup)이 미국 내 92,252개 팀을 분석한 결과, 관리자 1인당 부하직원 수의 중위값은 5~6명이고 평균은 12.1명이었다.
앞서 살펴본 이론과 사례들에 조직의 AI의 활용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개별 팀원의 업무 현황 파악과 소통이 용이하다. 결과적으로 팀장이 팀원의 업무 상황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코칭을 할 수 있는 규모의 한계는 12~15명 정도는 설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