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단둘이 도쿄에 왔다. 늦게 도착하고 이른 출발을 하는 3박 4일은 사실상 이틀의 여행이다.
여행 첫날 딸은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호텔을 나섰고, 이튿날인 오늘은 오후 1시가 넘도록 아직 자고 있다. 당연히 호텔 조식은 못 먹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혹은 일반적인 부모라면 "잠만 잘 거면 여행을 왜 왔느냐"며 타박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조식을 놓치면 그게 왜 그렇게 아까운지 모른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소중한 낮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이로 인해 많은 부모는 아이의 단잠을 깨웠을 것이다.
솔직해지자. 딸에게 조식을 먹이고 관광지에 데려가는 건 엄밀히 나의 욕구다. 내 기대를 아이에게 투사하면서 그것이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면 여행은 행군이 된다.
전략적 방임을 실천하는 나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딸이 자는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혼자 호텔을 나서서 아직 먹어보지 않은 츠케멘을 먹었다. 진한 가쓰오부시 소스에 쫄깃한 면을 찍어 먹는 요리다. 그리고, 우에노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며 현지 일본인 가족들의 모습을 여유롭게 관찰했다.
내가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충분히 경험하고 돌아오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작은 기쁨이 차올랐다. 내가 로비에 도착했을 때 즈음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제는 딸의 차례다. 아이의 욕구는 거창한 관광지 탐방이 아니다. 베이프(Bape) 매장에서 고가의 의류를 구경하고, 돈키호테에서 화장품을 고르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행복을 먼저 챙겼기에, 이제는 아무런 불만 없이 아이의 욕구가 무엇인지만 집중할 수 있었다.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하려면, 먼저 자신이 충족된 상태여야 한다. 결핍된 상태에서 베푸는 희생은 결국 서운함을 만든다. 건강한 이기주의자가 이타주의자가 될 수 있다.
팀장도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회복 방법이 없이 번아웃되어 버린 팀장은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구성원의 자율성을 지켜볼 인내심을 잃는다. 반면 자신이 어떻게 충전되는지 아는 팀장은 팀에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낸다.
안타깝게도 우리 어른들은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잊었다.
만약 내게 30분, 1시간, 하루, 한 달이 주어진다면 각각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