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야기]
회사에 백 명이 넘는 직원이 있습니다.
하루쯤 누가 빠져도 크게 티 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돌아가고, 업무는 굴러가고, 숫자는 맞춰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한 명쯤이야.”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람이 조용히 연락을 끊었습니다. 평소 말수 적고 눈에 잘 띄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적응을 못 했나 보다” 하고 넘기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퇴근 후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갔고, 며칠 동안 연락을 시도했고, 결국 어렵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 한 사람을 다시 자리로 데려오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한 명이 빠진 자리는 숫자로는 작아도, 사람으로는 크니까요.”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복귀한 뒤, 다른 동료와 갈등이 생겼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이번에도 선택은 쉬웠습니다. 편을 가르거나, 한쪽을 정리해 버리면 됐습니다. 대신 그들은 둘을 따로 불러 앉혔습니다. 먼저 조용히 이야기하게 했고, 그래도 풀리지 않자 몇 사람이 더 함께 앉았습니다. 목표는 누가 옳은지 가리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잃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둘은 다시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등을 돌린 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효율을 택합니다. 많은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공동체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숫자보다 사람을 먼저 두고, 틀렸다고 밀어내기보다 다시 얻으려 애씁니다.
어쩌면 건강한 사회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한 사람을 쉽게 잃어버리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마태복음 18 : 10~20 작은 자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들을 만납니다. 각자의 사연과 통증을 끌어안은 채 진료실 의자에 앉습니다. 저는 몸을 돌려 자세를 고쳐 앉고, 그들을 마주합니다. 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살피고, 귀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 기울입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미간을 좁히고, 필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머릿속에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천천히 일어나서 움직여 보실까요?"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통증은 따라오는지, 눌렀을 때 아픈지, 조직이 부어 있는지, 색이 변했는지, 열감은 있는지. 예상이 맞아 들어간다 싶으면 엑스레이와 초음파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결과에 맞게 약을 처방하고 주사를 놓고 치료를 합니다. 한껏 밝아진 얼굴로 진료실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며 차트 맨 윗줄을 옆 칸으로 넘깁니다.
'진료 완료'
다음 환자, 그리고 다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진료실의 시간은 반복됩니다. 그러다 문득 속삭임이 들립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하는 로봇이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더 정확하고,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나는 수년간 의학을 공부했지만, AI는 거의 모든 의학을 학습했습니다. 나는 선배 의사에게 수련을 받았지만, 로봇은 세계 최고의 데이터로 훈련받습니다. 쉬지도, 지치지도, 실수하지도 않습니다. 환자를 나보다 더 잘 낫게 할지도 모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조금 두렵습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깨닫습니다. 환자들은 단지 아픈 부위를 고치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처음 보는 사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통증의 위치를 설명하다가 삶의 무게를 털어놓고, 검사 결과를 듣다가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곳은 치료의 자리를 넘어, 치유의 자리가 됩니다.
나는 느리고 더디게 삽니다. 효율로만 따지면 부족한 의사일지도 모릅니다. 큰 양 떼를 능숙하게 몰고 가는 친구 옆에서, 나는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붙잡고 서성이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무렴 어떻습니까. 나를 기억하지 못할 백 마리보다 나와 눈을 마주쳤던 한 마리가 더 소중합니다.
그런 한 마리들이 모여 어느새 아흔아홉이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진료실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