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은 세전일까, 세후일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야기]

by 이진규

사람들은 가끔 질문을 던집니다. 답을 알고 싶어서라기보다,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느 날도 그런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세금을 내는 것이 맞습니까, 틀립니까?”

어느 쪽으로 대답해도 문제가 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잠시 생각하더니 동전 하나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이 동전에 새겨진 얼굴은 누구의 것입니까?”

“황제의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십시오.”

말은 거기서 끝난 것 같았지만, 질문은 그 뒤에 남았습니다. 동전에는 황제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전은 황제의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얼굴에는 무엇이 새겨져 있을까요. 내 얼굴에 남아 있는 형상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동전에 황제의 얼굴이 있다면 그 동전은 황제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람은 누구의 것일까요.

(마태복음 22 : 15~22 납세에 대한 질문, 헌신에 대한 교훈)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 못한 것도 없는데 벌금을 내는 기분이라 그렇습니다. 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지만, 그게 내 돈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정하게 나눠 걷는다고 하지만 괜히 나만 더 많이 내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세금은 100원이든 100만 원이든 마음은 비슷합니다.

모든 돈에는 쓰임새가 있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늠름한 표정과 세종대왕의 인자한 미소가 새겨진 돈은 대한민국이 만든 돈입니다.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세종대왕이 조지 워싱턴으로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땅에서 만들어진 돈은 결국 이 땅을 위해 쓰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 일부를 세금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돈도 쓰임이 있다면, 나의 쓰임은 무엇일지 고민해 봅니다. 돈에 새겨진 누군가의 얼굴처럼, 내 얼굴에 새겨진 누군가를 떠올려 봅니다. 오늘 아침에 스쳐 지나간 생각들, 옆자리 동료에게 건넸던 말,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지은 표정, 나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무심코 했던 행동들까지.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새겨진 누군가의 흔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헌금은 세후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만든 이의 뜻과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의 것은 세종대왕에게 보내듯,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보내야 합니다. 단순히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디까지가 세종대왕의 것이고, 어디까지가 하나님의 것인지.

그리고 내 삶의 어느 부분이 그분의 것인지 생각해 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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