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야기]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거리에는 두꺼운 패딩 대신 가벼운 재킷을 걸친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느덧 3월입니다. 언제 시작했는 지도 모를 한 해가 녹은 물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쏜살같은 하루를 붙잡아 보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이만큼 와 있습니다. 그저 애석한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애썼던 시간도,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붙잡으려 했던 시간도, 한 걸음 더 가보겠다고 아등바등 버텼던 순간들도 모두 소중합니다. 오늘의 나는 그런 시간들 위에서 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모든 것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지나고 보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선택들도 분명 있습니다.
"내가 이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로 시작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너라서 하는 말인데..."
라는 말도, 너이기 때문에 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안다는 말이 있지만, 된장만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끔,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습니다. 푹신한 곳에 몸을 맡긴 채, 지나온 시간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웃음과 슬픔, 기쁨과 좌절이 뒤섞인 페이지를 천천히 넘겨봅니다. 그리고 문득,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다음 페이지 없으면 어떡하지?'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었고, 오늘이 있어서 내일도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내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꽤 운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10년 전에는 AI가 없었고, 15년 전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습니다. 30년 전에는 인터넷이 없었고, 40년 전에는 텔레비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변하지 않았던 것들이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 그리고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마음들.
그리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것들을 하나씩 헤아려 봅니다.
(마태복음 24 : 29~35 재림의 징조를 분별하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