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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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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Dec 31. 2023

감사일기 23.12.31

2023년 한 해도 감사합니다

1. 하나님 감사합니다.


연애는 불공평하다. 두 사람이 사랑을 하면서 기계처럼 서로 똑같이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애틋한 사람이 항상 더 많이 아프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이를 바꾸는 것을 불가능하다. 내 마음을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설렘과 애틋함으로 가득한 관계가 아닌, 일상적인 관계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성경은 흔히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연애, 부부관계에 비유한다. 인간의 연애와 다른 점이 있다면, 관계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돌아서면 헤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신과 인간의 관계는 헤어짐 자체가 불가능하다. 같은 사랑인데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1년 365일 나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하나님과 1년 365일 먹고살기에 혈안이 되어 단 한 번도 하나님을 찾지 않는 나 자신이 있다. 1주에 겨우 한 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그 순간조차 업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는 예배를 드리는 건지 시간을 때우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런 내 모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매일, 매 순간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다 필요 없고, 너만 있으면 된다. 너는 내 전부이다. 사랑한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나도 사랑해요.


2. 가족


부모님과 우리 가족, 형네 가족들 등 식구들이 올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매주 부모님을 볼 수 있음에, 멀리 있지만 소통할 수 있는 형과 형수, 조카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12월의 마지막날, 4살 늦둥이 조카가 전화로 "삼촌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나도 "파이팅"이라고 외치려는 순간 이미 전화는 끊겨버렸다. 그래도 파이팅..!


3. 휴직과 복직


약 10개월의 육아휴직과 예상치 못한 11월 복직으로 올 한 해가 정신없이 마무리되어 간다. 육아휴직이라는 것이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고 현실적으로 쓰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육아휴직을 하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일을 한 이후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며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내가 일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기가 싫었지만 쉬는 기간 동안 충분히 인생의 2라운드를 준비하지 못했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어서 원하지 않는 시기에 원하지 않는 곳으로 복직하게 되었다. 약 2개월의 폭풍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 육아휴직의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하룻밤 꿈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여전히 힘든 곳임을 느낀다. 예전에도 힘들었지만 더욱 힘들어지다니. 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붙잡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언제까지 가장이라는 명목으로 이곳을 사수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일용할 양식을 얻고 생활비를 벌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기를.


4. 두리발


아버지는 큰 수술 이후 진료를 위해 매월 대학병원에 가고 있다. 휴직 기간 동안에는 모시고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시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걷기가 힘든 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부모님에게 왕복 3만 원이라는 교통비는 큰 부담이다. 진료비와 약값도 많이 드는데.


아버지의 장애등급이 확정된 후 부산 장애인 콜택시 서비스인 '두리발'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 예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약을 한다고 무조건 이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지난주 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예약을 성공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이용 후기를 물어보니 장애인 콜택시답게 이동을 하면서 불편하지 않았고, 비용도 일반 택시의 1/3 수준으로 꽤 저렴했다고 한다. (왕복 교통비로 1만 원 정도가 발생했다)


이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두리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아버지가 병원 진료를 갈 때마다 모셔드리지 못해서 못내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마음이 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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