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수제비 Jan 05. 2024

감사일기 24.01.05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1. 산책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앉은 채로 보낸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컴퓨터로 일을 하고 외근을 나가면 운전을 많이 한다. 아무리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전용 모니터와 키보드를 사용하더라도, 이놈의 굽은 거북목과 라운드숄더의 흔적들은 화석처럼 몸속 깊숙이 새겨지는 것 같다.


퇴근 이후 저녁을 주로 집에서 차려먹는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대략 8시~9시 정도가 된다. 이후의 시간은 주로 책을 읽는데, 읽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한 편으로는 거북목이 한층 더 견고해지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삶이 이어지다가는 조만간 앞이 아닌 땅을 보면서 보행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예전에 부산 하단에 있는 (제법 유명한) 병원의 한 의사 아저씨가 내 목 상태를 보더니 다짜고짜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매일 걸으세요."


사람이 걸을 때 허리와 등, 목이 펴지는 상태가 되어 종일 앉아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좋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기온이 0도 정도로 걷기에 적당한 온도는 아니었지만, 찬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편도로 지하철 2코스, 왕복 4km 정도의 거리였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갔는데 다녀와서 아직 완료가 되지 않은 것을 보니 5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당장은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견디기 힘들 정도가 아닌 적당히 몸이 달아오를 정도의 강도. 10년이 넘도록 건강검진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들었던 말은 굴욕적 이게도 '살 빼세요, 운동하세요'였다. 올해는 둘 다 듣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볼까.


좀 더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몸도, 마음도.


2. 타이어


타이어를 교체할 때 4짝을 한 번에 교체하는 것을 선호한다. 타이어 교체는 자동차 정비 중에서도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타는 것이 좋겠지만, 안전과 직결되다 보니 무조건 오래 타는 것도 뭔가 찝찝하다.


지난번 타이어 교체 이후 6만~7만 km정도 달린 것 같다. 피 같은 지출을 할 각오를 하고 인터넷 검색과 전화통화 후, 마음을 이끄는 곳으로 찾아갔다. 요즘 타이어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데.. 벌써부터 급등할 다음 달 카드값을 생각하니 급우울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 5천 킬로 더 타고 갈아도 되겠네. 가세요 그냥."


다른 곳 사장님은 본래 작년 말에 타이어를 교체해야 될 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타이어 수명이 남았는지 좀 더 타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혹시 모르니 공기압 체크도 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괜찮다고 했다.


"찝찝하면 지나가다가 언제든지 들르세요. 점검하면 되니까."


사장님이 약간 내 스타일이었다. 타이어 때문에 요새 살짝 불안하고 찝찝했었는데, 언제든지 편하게 오라는 말로 나를 사로잡았다.


당장 큰 지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 그리고 마음에 드는 가게를 하나 뚫은 것에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일기 24.01.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