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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an 07. 2024

감사일기 24.01.06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치과를 싫어한다. 아주 어릴 때 진료 중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도 치과를 갈 때면 항상 아픔이 뒤따랐다. 치과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로 가서는 안될,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는다. 작년에는 일을 쉬어서 건강검진도 쉬었는데, 갑자기 10월 말에 복직을 하게 되면서 11월에 급하게 검진을 받게 되었다. 하는 김에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도 받았다.


"엑스레이 확인해 보니까 이거 정리 좀 해야겠네요."


나는 아픈 이가 없는데, 의사는 당장 신경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윗니 중 하나의 신경이 다 죽어있고, 제거해야 할 신경과 찌꺼기들이 코밑까지 퍼져있어서 이대로 놔두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10초 정도 친절한 설명을 듣다 보니 '진료가 필요합니다'가 아닌, '환자분이 제정신이라면 당장 진료받지 않고 버틸 수 있겠어요? 후회할 텐데?'로 들렸다. 복직을 하면 지금 살고 있는 부산을 떠나야 하는데, 당장 복직해서 할 것도 많고 연말이라 특히나 바쁠 터인데, 제거되어야 할 신경찌꺼기들이 많아 진료도 여러 번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환자분. 아무리 아프더라도 울지는 마세요 ⓒ픽사베이



작년 11월부터 2달이 넘도록 매주 꼬박꼬박 진료를 받았다. 주말에만 부산에 올 수 있으니, 매주 토요일 아침을 의사 선생님과 함께했다. 잇몸 깊숙이 있는 찌꺼기들을 제거하기 위해 이를 부숴내고, 손상된 조직들을 제거한 다음 크라운으로 메꾸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진료실 의자에 앉으면 정면 모니터 상단에 내 이름과 나이, 한 줄 요약 특징(?) 이 적혀있다.


'겁이 많으심'


으악! 마지막까지 숨겨두었던 자존심 한 자락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그래도 '겁쟁이'나 '쫄보'가 아니라서 다행인 것일까. 나름 환자를 '배려'해준 언어로 느껴졌다. 겁이 많은 건 사실이니까. 사실 치과가 너무 무섭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진료를 받는 2달 동안 주말마다 치과를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신경치료를 하는 쪽으로는 씹지도 말라고 해서 매번 음식을 오른쪽으로만 먹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스케일링하로 갔다가 신경치료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과 함께 피 같은 수 십만 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로써 길고도 험난했던 진료가 모두 끝이 났다. 3달 뒤 정기 검진을 위해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치과를 나왔다.


한 주도 빠짐없이 진료를 받으면서 벌벌 떨었지만, 무사히 신경치료를 마치게 되어 감사하다. 두 번 다시 치과 진료에 소중한 돈을 허비하지 않도록 매일 양치를 깨끗이 하고 치실 사용을 생활화해야겠다. 달달한 간식을 줄일 수 있다면 건강한 치아는 물론, 튼튼한 몸도 만들 수 있으니 먹는 것도 더 신경 써야겠다.


3달 뒤 있을 진료에 부디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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