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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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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an 10. 2024

감사일기 24.01.10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위기다. 감사일기랍시고 매일 티끌만큼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지만, 잠을 깬 순간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업무로 충만하니 감사할 껀덕지가 없다. 억지로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글을 쓰는 10~20분이라도 내 생각이 불평과 원망이 아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조금은 의미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끼적여 본다.


1. 화장실 청소


이사 온 지 3개월이 다 돼 간다. 아내와는 달리 집청소를 즐겨하지 않는 나는 정리정돈은 잘 하지만 매일 쓸고 닦는 것을 귀찮아한다. 먼지들이 눈덩이처럼 조금씩 부피를 키워가며 바닥 위로 둥둥 떠다닐 때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이소에서 샀던 밀대에 물티슈를 2개 끼워 바닥을 열심히 밀었다.


뚝.


먼지를 좀 닦으려는 찰나 순식간에 밀대 이음새 부분이 부서졌다. 아내의 말로는 너무 싼 것들은 쉽게 부서진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1만 원짜리 밀대를 다시 주문해서 받았다. 이번에는 좀 튼튼해 보였다. 바닥 청소를 한 뒤 내친김에 화장실 청소에 도전했다.


화장실 청소를 하기 위해 바닥에 있던 파란색 락스통을 드는 순간 아차 싶었다. 락스통이 비어있었던 것을 지난번에 확인했으나 다시 주문한다는 걸 깜빡한 것. 때마침 집에서 가져온 '홈스타'가 있었다. 청소용 솔과 홈스타를 들고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욕실 청소를 했다.


홈스타 로고 위에 아저씨가 든든하다. ⓒ손수제비


시커멓고 누런 타일들이 하나둘씩 뽀얀 흰색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변기도 새것처럼 깔끔해 보였다. 진작에 청소 좀 할걸..


깨끗한 집을 보니 뭔가 뿌듯해졌다. 이 집에 온 이후 처음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다시 더러워지지 않도록 열심히 청소해야겠다.


 2. 간식 보충


저녁으로 밥과 국, 반찬을 먹고 숟가락을 놓아야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한동안 간식 먹는 습관을 끊어서 체중이 줄어들었으나 요즘 다시 간식과 폭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다.


계란 한 판을 산지도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계란 통이 바닥을 보였다. 간식과 라면도 다 떨어져서 위기감이 느껴졌다. 먹을 것들이 쌓여있는 수납장이 헐빈하니 본능적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가서 카트를 잡았다. 바나나와 우유, 계란 한 판, 라면과 과자 몇 개를 샀을 뿐인데 4만 원이 넘게 나왔다. 점심 밥값으로 천 원이라도 저렴한 것을 사 먹으려고 매일 고민하면서 정작 과자로 플렉스 해버리다니. 영수증을 받으며 현타가 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빈 공간을 채우니 내 마음도 채워지는 것 같았다. 눈앞에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오랜만에 곳간이 넉넉하게 채워져서 감사하다.


아 맞다. 치과 안 가려면 이제 간식 끊어야 되는데.. 이번 과자들만 다 먹으면 독하게 마음먹고 과자와의 이별을 도전해 봐야겠다.


 

내 보물창고. 스낵면은 라면의 탈을 쓴 과자이다 ⓒ손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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