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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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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an 09. 2024

감사일기 24.01.08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모든 것에는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체력이든 감정이든 무언가를 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든. 내가 가진 전부가 소진되고 나면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일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녹초가 된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쌓여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고, 결국 모든 것에 흥미를 잃는다. 그럴 때는 그저 기계처럼 배터리로 생명을 연명하며 하루하루 일을 쳐내는 느낌이다.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가 지속되면 내가 느끼는 감정도 그에 맞게 변한다. 어떤 것도 즐겁고 반가운 감정이 들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일이 생겨도 심드렁해진다. 반대로 항상 다운된 상태로 지내다 보니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상황에 닥치면 작은 일에도 더 큰 대미지를 입는다.


다행스럽게도 가장 큰 위기였던 크리스마스와 연말, 12월의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해가 되면서 12월에 비하면 아주 조금이기는 하지만 여유 있는 한 주를 보냈다. 하지만 누적된 업무와 피로로 인해 찌들어버린 몸과 마음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 같다.


살짝 부끄럽지만, 최근에 2번 울었다. 한 번은 책을 읽으면서, 한 번은 웹툰을 보면서. 책은 제주 4.3 사건을 담았다. 아주 막연하게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희생'정도로 어렴풋이, 그것도 최근 들어서야 알고 있던 4.3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게 되었다. 관련해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우선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듬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웹툰은 죽음과 자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중단할 만큼 어려운 사람들과, 그들을 어떻게든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죽음이 아닌 사랑과 생명의 기운이 느껴져 무기력하고 차갑게 식은 마음이 자꾸만 아려왔다.


갑진년 청룡의 기운은커녕 갑작스러운 한파에 기상하는 것조차 버거운 나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좋은 작품들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현재의 만족스럽지 못한 여러 상황들에 불평을 했었지만, 사람과 삶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작가들에게 감사하다. 내일은 좀 더 맑고 건강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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