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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an 21. 2024

성공한 삶의 기준

안녕하세요 하나님.


어제는 오랜만에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일주일 중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하는 토요일 온종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우울할 뻔했지만, 때마침 결혼식이 있어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직장 동료인 신부를 보며 축하인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최근 가본 뷔페 중에서 가장 훌륭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꽤나 잘 먹었습니다. 조금 이른 타이밍에 식사를 시작해서 그런지 여유롭게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었죠.


부조금으로 10만 원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10만 원이라는 -저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 1인당 식대와 비교해 봤을 때 혼주 입장에서는 득 보다 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웨딩홀 식대가 인당 6만 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부조금으로 5만 원을 내는 경우 식사를 하지 않고 인사만 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그런 상황들을 생각하며 10만 원을 내고 결혼식에 참여하는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책감을 갖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금액을 낸다고 해서 걱정이 될 정도로 신부와의 관계가 얕은 것도 아니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돈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 힘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
거듭나면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어릴 때 자주 부르던 찬양입니다. 내가 가진 돈의 크기와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구원을 받는 것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과 행복이 결코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삶이 딱히 좋아 보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머리 둘 곳 없는,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사람이 "하나님으로 인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력 있고 공감되는 삶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삶이 무척 고되고 힘들지만,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부분 또한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직장생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넉넉하지는 않지만 크게 부족할 것 없는 현재 삶의 수준을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것의 크기와 상관없이 당신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성공한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20년 전이었나, 참 많이 듣던 노래가 문득 떠오릅니다. 아마 수 백번도 더 들었을 소향의 「반석 위에」라는 곡이죠. 당시에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저 소향이라는 보컬리스트의 음색과 가창력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소리를 낼 수가 있지? 라면서 말이죠.


며칠 전 운전길에 '반석위에'를 다시 들었습니다. 높은 음역대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가창력보다, 힘이 느껴지는 탄탄한 발성보다 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한 소절 가사였습니다.



나의 죄와 두려움, 쾌락과 헛된 욕망들도 주의 이름 앞에서 사라지네.




주행 중에는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스도인의 유일한 기쁨은 창조주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인데, 매일 알 수 없는 미래와 죽음을 두려워하며 아무런 힘과 소망 없이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항상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들에게서 만족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그것들에게서 구원 받기를 원했던, 철저하게 나의 욕망을 따라 살았던 삶임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멀쩡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하셨죠. 온몸 구석구석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뼛속까지 죄 밖에 남지 않은 저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도 없지만 믿음의 옵션을 장착하고 오늘도 예배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부와 명예, 세상의 위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예배하는 삶에 있어서는 저도 한 번 성공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염치없이 오늘도 도움을 요청합니다. 매일 넘어지더라도 또 일으켜 세워주실 것을 믿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늘 함께 해주세요. 제발...!



https://youtu.be/YQqvIvPLxDA?si=PmiG3v6hQ5VdT9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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