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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an 28. 2024

그리스도인의 자녀교육

안녕하세요 하나님.


오늘은 삼대예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삼대가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즐거워하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고령화와 저출생이라는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지방이라 그런지 삼대예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혼과 출생이 환영받지 못하는 건 교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늘 그렇듯 늦은 시각까지 밍기적거리며 시간을 보낸지라 말씀이 선포되는 시간에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목사님의 말씀이 있었어요.


"(13살 이하 유초등부 학생들에게) 여러분들 부모님은 이런 말 절대로 안 할 테니, 제가 할게요.


여러분들 중에 신학교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원합니다!"


아니 목사님, 이 무슨 말입니까.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신학교라뇨. 귀한 집 딸 아들 굶어 죽일 작정이십니까. 제가 아는 목사만 해도 10명은 되는데, 그들의 삶이 멋지고 의미가 있을지언정 내 자녀에게 그런 힘든 길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께서는 다음세대인 우리의 자녀들과 한국교회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며 이런 충격적인(!) 말씀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듣다 보니 조금씩 이해와 수긍이 되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현실은 우리의 삶을 빠르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사라지고 아픈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들며 갈수록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소멸될 수 있다고.


대학을 가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가운데 그들이 선택하는 학과의 기준은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돈이 되거나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은 길을 고르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빛과 소금으로 부르셨습니다. 소금이 그 짠맛을 잃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하셨지만, 내가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짠맛을 내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자녀가 그래도 건강하고 남들만큼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부모 도움 없이 먹고살기에 큰 어려움이 없게 살기를 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하나님이 끼어들 공간은 잘 보이질 않아요.


아이의 믿음과 신앙생활은 어떻게든 되겠죠. 교회학교에서 잘 양육받고 훌륭하신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수련회도 가고 제자훈련도 하는데, 그 정도면 남들만큼의 신앙은 갖게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수년 내 '목사 자체가 없을 거'라는 말이 결코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를 않았습니다. 그들은 보수가 높지 않을뿐더러 항상 교인들을 돌보며 기도합니다.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지도 못하는 이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은, 대기업과 의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에 비해 무척 초라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사들이 부족하게 된다면 여러 교회들이 통폐합되고, 운영이 힘든 교회는 문을 닫을 것입니다. 목사 구하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아무나(?) 목사를 할 수도 있겠죠.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잘못된 사상과 헛된 것을 가르치는 목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참 무섭게 들렸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바른 신앙을 갖고 말씀 위에 굳게 설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만을 예배하고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 아닌, 나의 만족과 유익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목사를 해서 한국 교회를 바르게 이끌어가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마치 부모가 한 주 내내 단 1분도 하나님을 찾지 않으면서 '그래도 우리 자녀는 신실하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는 어른이 되겠지'라는 희망을 갖는 것만큼이나 어리석고 무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삶이 곧 예배인 부모, 하나님을 예배하고 당신과의 친밀한 교제의 시간을 갖는 것 만이 유일한 기쁨인 부모, 내 자녀가 오직 하나님의 온전한 자녀로 자라기를 바라며 양육하는 부모라면, 목사님의 말에 반박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교회와 목사들이 타락할지라도,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습니다. 40대가 된 지금에야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은데, 정작 내 자녀들에게는 바른 신앙과 믿음보다 세상의 성공과 풍요를 더 바라는 부모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나의 헛된 마음을 회개합니다. 기도의 방향을 새롭게 하고, 내 자녀들을 위해 더 기도하는 아빠가 되겠습니다. 마땅히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자녀가 오직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가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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