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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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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un 08. 2024

감사 2일 차, 집어든 책이 마음에 든다

연휴 3일째 접어든 날, 하루종일 내리는 비로 아이들이 칭얼댄다. 오전에는 둘째 병원진료와 집청소를, 오후에는 교회 교육관에서 친구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주말 내내 집에서만 머무르기에는 아이들도, 부모도 견디기 힘든데 마음 편히 갈 곳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가져온 책을 펼쳐 읽었다. 집에 있는 책들을 큰맘 먹고 싹 정리한 뒤 쉽게 책을 사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요즘 빠르게 채워져 가는 책장을 보며 위협을 느낀다. 조만간에 또 책을 정리한답시고 당근마켓, 지역서점에 이어 국회도서관 투어를 하지는 않을지.


최근 구매한 '강원국의 인생공부'는 뭔가 딱딱하고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꽤나 재밌게 읽힌다. 평소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즐겨 읽는데, 이 책은 15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은유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글쓰기의 종류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게 인터뷰라고 했는데, 모든 글들이 술술 읽히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저자 또한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각자의 영역에서 신념과 가치를 붙잡고 현재의 위치를 선점한 저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열정을 느낀다. 성공과 행복은 단순히 가진 것과 환경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것임을 이들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재밌구만! ⓒ손수제비



무척 좋아하는 정지아 작가의 내용도 있었다.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었고, 도서관에서 북토크로 만나 본 경험이 있어 참 반가웠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고향 구례땅을 벗어나 서울로 이주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벽을 쌓고 살아갔지만, 자신의 우울과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벽을 허물고 훅 들어온 고향 사람들이었다고. 그러한 삶을 살아온 그녀이기에 빨치산과 이데올로기,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너무 무겁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녀만의 언어로 잘 녹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벌써 연휴가 마지막으로 접어들었다. 일요일 밤쯤 되면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 밤잠을 설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별 탈 없이 가족과 함께 무사히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부디 내일은 업무가 많지 않기를, 그래서 예배에 집중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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