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 내일은 월요일이야."
"으악!"
"아빠, 누나는 왜 월요일이 으악이야?"
"월요일에는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이지."
금요일 하루 휴무로 인해 목금토일 4일을 내리 쉬었다. 연휴에도 업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김없이 일요일 저녁은 찾아왔다. 평소 주말 저녁 나의 주된 정서는 공허, 우울,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이런 어두움은 전염병이 퍼지듯 순식간에 가족 전체에게 번졌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빠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 있었다.
자존감, 우울, 마음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내 생각과 감정은 결국 내 선택의 결과임을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경험의 반복으로 학습된 어두운 정서들이 무의식의 영역에 차곡차곡 쌓인 것. 감정과 생각의 변화를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매일 새롭게 해야함을 느낀다. 월요일을 앞두고 자녀들과 위와 같은 대화를 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실로 엄청난 발전이다.
3학년인 딸아이는 나와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 듯하다.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게 영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교우관계가 원만해 보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돈이 되는(?) 수학과 영어에는 영 관심이 없지만 음악, 국어, 체육은 너무 좋다고 한다. 키는 거의 제일 작은 축에 속하는데 본인이 반에서 달리기와 농구가 1등이라고 우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저 나이 때 딱히 재밌었던 게 없었던 거 같은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고 힘차게 말하는 딸을 응원한다.
7살 둘째는 다행스럽게도 유치원이 재밌나 보다. 아주 가끔 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둘째는 거대한 피지컬과는 달리 수줍음이 많고 무척 AA 한 성격인데, 꽤나 인기가 많다. 며칠 전에는 여자 친구들에게 단체로 고백을 받기도 했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평균 수명의 약 1/4인 20년을 공부에 바치는데, 이 과정이 힘들어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자신이 학생일 때보다 지금 아이들이 10배는 더 많이 공부하지만, 졸업 이후에도 확실하게 보장되는 미래가 없다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래서 늘 미안하다고.
아이들이 사회로 진출할 10년 뒤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그때도 여전히 돈을 좇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인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아이들이 선택하는 진로와 직업은 더 획일화될 것인지. 빈부격차는 더욱 커져서 지금과 같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한 삶일지. 한 치 앞도 모르지만, 지금 자녀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멀쩡하게 다녀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집 근처에 유치원과 학교가 있어 아이들의 통학 환경이 좋은 것들도.
곧 월요일이다. 두렵지만 두려움에 매몰되지 않고 잘 이겨내는 밤이 되었으면 한다. 내일의 업무와 스트레스와 고통은 내일로 족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