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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진하 Mar 03. 2023

04. 인스타그램으로 사랑 시작하기

빛나는 런던, 빠져든 사랑

아침이 밝았다. 창문을 열어보니, 밖은 가볍게 내린 비가 살짝 적셔있었다.

런던의 첫 아침이다. 거리를 뒤덮고 있는 구름들이 런던의 우아함을 더욱 강조해 주었다.




아직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내 두 눈은 ‘십분 만 더’라는 게으른 신호를 보냈지만, 두 손은 바삐 근처 핸드폰을 찾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앱을 찾아서, 다운로드 버튼을 꾹 눌렀다.


비행기에서 만난 그와의 접점은 ‘인스타그램’ 뿐이었다. 평소 SNS를 즐기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인스타그램 세상에 첫 발을 디딘다. 오롯이 그를 위한 나의 계정이었다.


대충 알파벳들을 조합해서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둘러 그의 아이디를 검색했다.

그의 계정에는 ‘Jayden’ 이름과 함께, 그의 추억들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스크롤을 계속 내려가며, 사진 속 그의 모습을 보았다. 사진 속 그는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빛을 품고 있었다.

그의 사진들을 한참 동안 보고 있자니, 나는 그가 뿜는 빛에 마음을 빼앗기는 듯하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그에게 디렉트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 집에 잘 도착했어? 나 진하야.”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띵동’ 알림.


“안녕. 응 잘 도착했지. 밤새 비가 좀 왔나 봐. 오늘은 빅 벤 구경한다고 했지?

쌀쌀하니까, 옷 따뜻하게 입어.

아, 그리고 빅 벤 근처에 'The Trading House' 식당이 있어. 영국식 스테이크가 맛있거든. 여기 추천할게.”


그는 외모만큼이나 자상했다.




나는 그의 말처럼, 두꺼운 코트를 꺼내어 차려입었다.

어깨를 덮어주는 적당한 두께감에 부드러움까지 더해져 더욱 따뜻했다 이어서, 목을 감싸주는 붉은색 목도리와 굵은 힐이 있는 부츠를 신고 집 밖으로 나섰다.


어느덧 구름은 걷히고,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이 나를 감쌌다.

그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나는 설렘 가득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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